유동성과 중국 관련주라는 쌍두마차의 궤도수정 자체만으로도 주가는 상승보다는 숨고르기 조정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하는데 인색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그만큼 두 가지 요인에 의해서 주가가 그 동안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과연 우려하는 대로 중앙은행의 유동성 단속 스위치에 변화가 생길 수 있을 것인가. 필자는 그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본다. 중앙은행은 과거에 늘상 유동성 조절 정책에 있어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여 왔다. 물론 최근의 국제적인 자산 가격 상승이 유동성 조절의 유혹을 제공할 수 있지만 그 동안의 행태나 글로벌 물가의 기조적 안정세를 고려하면 긴축으로의 전환은 언감생심이다. 이럴진대 IT 버블기와 같은 공격적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는 시기상조, 아니 오판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중앙은행의 긴축 전환 가능성이 높지 않다면 주식시장의 조정 없는 상승세가 재개될 것으로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하지만 우리의 판단은 긴축이 실제로 단행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하더라도 긴축 우려가 말끔하게 제거되는데 시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물가 추이를 통해서 우려만큼 인플레 압력이 크지 않다는 ‘손에 쥔 안도’를 요구할 것이다. 따라서 그 기간 동안에 주식시장이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상승세를 재개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긴축의 현실화와 우려는 별개라는 얘기다.
그리고 밸류에이션 부담도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물론 장기적 관점에서 본다면 여전히 우리 시장은 저평가 영역 내에 존재한다. 당사 역시 우리 시장의 적정한 PER은 15배로서 지금의 PER 11.8배와 상당한 이격을 두고 있어 밸류에이션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시각이다.
중국 관련주의 가늠자 지표인 BDI 인덱스가 7~8월에 고점을 형성하면서 중국 관련주의 상승세가 마무리되고, 뒤이어 서비스 수지 부문의 대규모 적자로 인해 달러/원 환율이 상승하면서 IT나 자동차 관련주들이 시장을 견인할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기류에 미세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우리도 주도주 교체의 시기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중이다.
아직 BDI 지표가 고점을 통과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서지 않고 있다. 최근 하락으로 인해서 고점 통과의 가능성도 제기되었지만 여전히 여름철 전력난 수요에 대비한 철광석 및 석탄 수입 수요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국 관련주의 대표 주자라고 할 수 있는 현대중공업은 다른 중국 관련주와 달리 여전히 상승 추세를 꿋꿋하게 유지하는 모습이다.
아직은 중국관련주의 시세 주도력이 이완되었을지언정 붕괴되었다고 단언할 수 없는 이유이다. 중국 관련주의 시세 이완 현상이 부분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중국 관련주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현대중공업이 건재하듯이, IT주로의 시세 이동 역시 아직은 LCD 관련주에 국한하는 선에 머물며 본격화되지는 않고 있다. 무게 중심의 이동은 불완전하고 색채는 회색이다.
아직은 시세의 맨틀(Mantle)이 본격 이동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 다만 분명한 것은 중국 관련주 시세에 일정 부분 금이 갔다는 것이고 금이 간 만큼을 정확히 일부 IT주나 자동차주들이 메우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격 지표를 보더라도 LCD가격은 상승하고 있지만 BDI 지표는 흔들리고 있다. IT나 자동차 관련주의 스윙 팩터인 달러/원 환율은 3분기 초입에 서비스 수지의 적자로 인해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자동차나 디스플레이 수요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직 본격적인 무게중심 이동을 겨냥해서 베팅을 할 필요는 없지만 중국 관련주 주도의 포트폴리오라면 부분적으로 탈색을 시도해야 할 시기로 보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중국 관련주는 고점이 다가올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조바심이 존재하는 반면 IT주는 진성바닥을 통과한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과 상승하더라도 충분히 매수할 만한 기회가 있다는 여유가 있다.
KOSPI가 1600선대 중반까지 숨고르기 조정을 하는 기간 동안에 서두르지 않고 하반기 주도주를 탐색하는 전략이 좋아 보인다. 물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우리의 예상과 달리 환율이 900원을 위협하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내몰린다면 수출주 카테고리에서 벗어나 내수주로의 관심 이동을 재촉 할 것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