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들, 한국인 취향 맞춘 제품 잇단 출시

타먹는 검은콩, 로열젤리 넣은 화장품
시장규모 커져… ‘테스트 마켓’역할도
  • 등록 2007-01-31 오전 8:44:02

    수정 2007-01-31 오전 8:44:02

[조선일보 제공] 독일 가전회사 크룹스는 ‘한국형 토스터’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성격이 급한 한국사람들이 빵이 다 구워질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중간 중간 빵을 꺼내 보는 것에 착안, 빵이 익는 정도를 알려주는 액정표시장치(LCD)를 달았다. 얼마나 더 있어야 빵이 다 익는지 알 수 있도록 해주는 장치이다. 이 제품에는 외국 제품과 달리, 먼지가 들어가는 것을 막는 뚜껑도 있다. 한국에는 빵을 주식으로 하는 외국과 달리 토스터를 매일 사용하지 않는 소비자가 많기 때문이다.

네슬레는 이달 중순 검은콩·현미·검은깨 등 7가지 천연 곡물로 만든 ‘네스퀵’(우유에 타먹는 보조식품) 신제품을 내놓았다. 한국네슬레 이삼휘 사장은 “웰빙을 생각하고 입맛이 까다로운 한국인 취향에 맞춘 제품”이라고 말했다. 이 제품은 한국에 처음으로 출시됐으며, 한국 시장의 반응에 따라 다른 나라에서의 판매를 검토할 계획이다.

◆한국 위한 전용 생산 라인 만들기도=글로벌 브랜드가 한국 소비자의 입맛에 맞춘 ‘한국형 제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브랜드 파워만 믿고 제품만 내놓으면 팔리던 시대가 지났기 때문이다. 한국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한층 까다로워진 한국 소비자의 요구를 맞추기 위해 전용 생산라인을 설치하는 등 한국 소비자를 잡기 위한 글로벌 브랜드의 노력이 치열해지고 있다.

독일 주방 용품업체 휘슬러는 독일 공장에 한국 소비자를 위한 전용 생산 라인을 만들어 1.8리터짜리 소형 압력솥을 생산하고 있다. 이 회사의 기존 제품은 고기 요리 등 양이 많은 음식을 만드는 데 알맞은 크기였다. 제품이 좀 작으면 좋겠다는 한국 소비자의 요청이 쏟아졌고 회사측이 이 요구를 받아들였다. 한국 주방의 특성에 맞게 손잡이를 길게 만들어 단열 부분도 보완했다.

▲ 네슬레의 우유에 타 먹는 검은콩(왼쪽)과 랑콤의 로열젤리가 들어간 화장품
한국인의 취향을 맞춘 상품은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생활용품 회사 S.C.존슨&선의 한국법인인 한국존슨은 지난해 여름 한국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해 붙이는 바퀴벌레 살충제 ‘레이드’ 신제품을 내놓았다. 기존의 까만 동그라미 모양의 제품은 눈에 잘 띄는 데다 좁은 틈새에는 붙이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았다. 회사측은 좁은 코너에 붙이기 쉬운 디자인과 최근 가구 인테리어 경향에 맞는 연한 금색의 제품을 만들었다. 이 제품 덕에 주요 대형마트에서 붙이는 살충제 매출이 2배로 뛰었다.



◆글로벌 브랜드의 테스트 마켓으로=한국 시장은 글로벌 브랜드의 ‘테스트 마켓’으로 자리잡고 있다.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를 통과하면 세계 어느 곳이든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화장품 회사 랑콤은 지난해 10월 로열젤리를 주 성분으로 한 에센스·로션 등으로 구성된 ‘뉴트릭스 로얄 라인’을 출시했다. 한국 여성들이 입술이 트거나 피부가 건조할 때 꿀을 바르는 것에 착안, 프랑스 본사에서 2년여간 연구한 끝에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만 내놓았다.

랑콤 브랜드 매니저 니콜라 드브레 이사는“한국은 세계 화장품 시장에서 7~8위를 차지할 만큼 큰 시장”이라며“한국 여성의 화장품 선택 기준은 세계 어느 국가보다도 까다로워 한국이‘테스트 마켓’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카콜라는 지난해 4월‘미닛메이드 매실’‘미닛메이드 알로에’를 한국에서 처음으로 출시했다. 이 제품은 지난 25일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코카콜라가 현지화에 성공한 상품사례로 소개됐다. 이 제품은 중국·태국 등 아시아 5개 국가에서 판매를 검토 중이다.

테팔 제품을 판매하는 세브코리아의 자비에 데무티에 대표는“납작한 전기 그릴로는 국과 찌개를 끓이기 힘들다는 불평에 따라 바닥을 조금 깊게 만든‘한국형 그릴’을 만들 만큼 한국 소비자의 힘이 커졌다”며“해외 다른 시장에서 인정을 받은 제품도 한국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한국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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