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성의 換헤지)⑩환율방어 대신 교육을

  • 등록 2005-08-24 오후 12:00:00

    수정 2005-08-24 오전 8:52:58

[이데일리 노덕현 칼럼니스트] 이데일리는 최근 환율 급등락으로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수출입 기업과외환파생상품에 관심있는 독자들을 위해 7월부터 `북극성의 환헤지` 칼럼을 연재합니다. 칼럼 내용은 자연인 노덕현의 개인적 의견으로 이전 소속사나 이데일리 의사와는 관련이 없으며 집필자는 어떠한 은행과도 직접적인 거래 관계가 없습니다. 
 
3. 환위험 관리의 지원 
 


2003년~2004년까지 외환당국은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 환율방어에 골몰했다. 2004년말 환율이 1140원을 하회하며 폭락을 하게 된 계기(누적된 원인이야 무역 또는 무역외적인 달러공급 초과일 테고)는 아마도 당국이 환율방어에 투여할 총알(개입재원)이 떨어졌다는 시장의 인식과 함께 였을 것이며, 그 이전에 개입을 통한 손실이 1조8천억이라는 이야기가 나왔고, 국회의 국정감사에서 실랄한 대정부 질책도 한 몫을 했다고 보는 데는 외환시장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큰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본다.

시장개입의 무용론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필자는 미국도 일본도 유럽도 아닌 우리나라라면 적절한 개입은 필요하다고 보는 사람이다. 다만 좀 더 세련될 수는 없는가 하는 아쉬움이 있을 뿐이다. 필자가 하고픈 말은 그 아쉬움에 대한 이야기는 또 아니다. 당국이 그렇게 쏟아붓는 환율방어용 재원의 일부라도 기업들의 환위험 관리에 대한 지원에 사용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



 

개입의 재원은 고사하고 허공으로 날라간 1조8천억으로 기업 환위험 관리 교육을 했다면 수만개 기업이 수십번의 교육을 수십시간 듣고도 남음이 있었을 것이다. 그 돈이면 전 세계에서 제일가는 기업 환위험 관리 실무서도 만들어 수만개 중소기업에 배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 돈으로 환위험 관리의 벤치마킹 사례집을 만들고, 환율 전망 보고서들을 수만부 시시때때로 인쇄해서 수만개 기업에 돌렸어도 좋을 돈이었을 게다. 그러지를 못했기에 2003년~2004년의 환율방어를 혹자는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에 보조금 준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다. 


당국이 나서서 실시했던 환위험 관리에 관한 교육이 2003년부터 지금까지 몇번이었으며, 이에 투자한 돈이 얼마가 되는가? 당국이 환위험 관리와 관련해서 인쇄해 배포한 종이는 몇장이나 되는지 궁금하다.


위 그림은 필자가 이번 환율의 급등 이전인 6월21일에 필자의 고객들에게 보낸 메일 내용이다. 환율이란 오르내림이 있고 급격한 변동과 반전의 사이사이에 지리한 횡보가 있는 것이다. 그것은 주가이든 금리이든 마찬가지다. 가격(또는 환율)이 횡보한다는 말은 급변과 급변의 사이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곧 급변이 올 것이란 이야기다.



기업의 환위험 관리는 건강할 때 건강을 지켜야 하는 논리와 같이 만족할 때 그 만족을 지켜야 하는 것이며, 당국의 환위험 관리 강조는 환율이 급변하고 나서가 아닌 안정된 시기에 더 강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환율 급락의 경우만 유독 당국도 언론도 시끄럽다.




위 표는 필자가 2000년 이후 우리나라 공공기관이 실시한 기업 환위험 관리에 관한 설문에서 중소기업이 환위험 관리를 하지 않는/못하는 이유에 관한 설문을 모아본 것이다(금감원 설문은 중소기업만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님). 관리 방법을 모르고, (파생상품을 아는) 전문인력이 없다는 응답에서 우리는 교육/홍보를 통해 지원해야 할 문제임을 느낄 수 있다. 합성옵션 상품 만들어 팔아먹는데 급급했지 옵션을 이용한 환위험 관리 교육이 대한민국 땅을 통틀어 몇번이나 있었으며, 이를 위해 당국이 지원한 돈은 몇원이었을까?


(괄호안은 중소기업)




위의 두 설문 항목을 보자. 위쪽 표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우리나라 기업의 대부분이 은행을 환위험 관리 자문기관으로 생각하고 있다. 즉 은행에 의지하고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앞서 필자가 은행에 대해 신랄히 비판한 내용을 생각해 본다면 기업들이 자문을 받음에 있어서는 소위 번지수 잘못 찾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위 두번째 표에서 증명되고 있지 않는가. 피해를 입어 보고서야 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환위험 관리의 계기 중 절반은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시작됐다는 것이다. 중소기업만을 대상으로 한 설문(위 중.진.공 설문)에서 은행권유는 고작 4.1%다. [은행만 바라보는 중소기업, 거들떠 보지 않는 은행]이란 말이 실감나지 않는가?

2004년말 환율이 급락하고, 국무총리 주재로 [수출경쟁력 강화 방안 회의]가 있었다. 산하기관들 중 중소기업 환위험 관리에 관여된 기관들도 바빴다. 기업 환리스크 관리 지원방안 및 개선책을 내 놓느라고 말이다. 2004년 11월말인지 12월 초인지 기억은 애매하지만, 중소기업 관련 단체에서 면식이 있었던 분의 전화를 일요일에 휴대폰으로 받은 적이 있다. 중소기업 환위험 관리 지원을 위해 수출보험공사 환변동보험의 개선점이 있다면 말해 달라는 것이었다. 당국에 건의하겠다며… 필자는 중도청산을 가능하게 하고, 청약일로부터 보장환율 결정일의 간격을 줄였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리고 진정 중요한 것은 기업에게 밀착된 자문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사실 필자가 건의한 중도청산의 가능여부는 오래전부터 시장에선 이야기 되던 부분이다. 아마도 선물회사에서 필자와 같이 중소기업의 환위험 관리를 위해 뛰는 브로커라면 누구나 알고 있었던 내용이다. 그런데 왜 건의하지 않았느냐고 되묻지는 않기를 빈다.

지난해 12월에 환변동보험의 중도청산이 가능하게 됐고, 청약일 익일에 보장환율이 결정되는 개선도 있었다. 금년초 환변동보험을 이용한 수출기업의 헤지가 급격히 늘었다는 것은 그간의 뉴스로 보아 분명하다. 환율의 급락도 이유이겠지만 제도의 개선도 한 몫 했으리라 본다. 그 제도의 개선이 이전에 일찍 있었다면 어떠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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