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애매한 외국계 투자의견 어떻게 해석할까

  • 등록 2002-07-17 오후 5:38:00

    수정 2002-07-17 오후 5:38:00

[edaily 홍정민기자] 최근 외국계 증권사들이 삼성전자, 현대차 등 업종 대표주들에 대한 실적전망치와 목표주가를 잇따라 하향조정하면서도 "매수"나 "시장수익률상회"의견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외국계의 이같은 투자의견을 두고 투자자들의 머릿속이 복잡하다.

실적전망이나 목표가를 내렸지만 "매수"의견이 유지됐다면 주식을 사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까? 또 "적극매수"에서 "매수"로 하향됐다면 투자판단은 어떻게 해야할까? "시장수익률상회"의견은 어느정도 투자하라는 신호일까? 일반투자자들로서는 따져봐야 할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다.

◇실적전망·목표주가 하향에도 "매수"유지..사야하나?

15일 크레딧스위스퍼스트보스턴(CSFB)증권은 삼성전기(09150)에 대한 실적전망치와 목표가를 하향조정했으나 종전 투자의견인 "매수"는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도이체방크도 2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소폭 하회할 것이라며 삼성전기의 실적 전망치와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했다. 역시 투자의견은 종전 "매수"를 유지했다.

지난 주말 크레딧스위스퍼스트보스턴(CSFB)증권은 삼성전자(05930)에 대한 투자의견을 "적극매수"에서 "매수"로, 12개월 목표주가 역시 55만원에서 47만원으로 하향조정했다. 그러나 ING베어링은 단기적 D램가 하락을 이유로 삼성전자의 실적전망치와 목표주가를 하향했지만 투자의견에서는 "매수"를 유지했다.

소시에떼제너럴(SG)증권은 원화강세에 따라 LG전자(66570)의 목표주가와 실적전망치를 하향조정했으나 역시 "매수"의견은 종전대로 유지했다.

JP모건 역시 지난달 말 원화강세를 반영, 현대자동차에 대한 목표주가와 실적전망치를 하향조정했다. 그러나 현대차의 장기적인 펀더멘털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에는 변함없으며 대부분의 악재들은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판단, "매수"의견은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임채구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실적대비 주가산정시 적정주가와 목표주가에는 차이가 있는데 주로 목표주가에 따라 투자의견을 제시한다"면서 "대부분의 기업들이 올해 실적호조세를 나타낼 것이나 현재로서는 시장 전체의 상승 모멘텀이 크지 않은데다 실적에 영향을 줄만한 변수가 매우 많아 최근 실적전망치와 목표가 하향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목표주가 하향이 중요하다"면서 "다만 장기적으로 투자하고자 한다면 매수의견을 고려해도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매수"의견과 목표가 및 실적전망 하향을 동시에 제시하는 것은 기본적인 영업 및 재무 펀더멘털에 대한 견해가 크게 변하지 않은 것으로 단기변수들만 해소되면 주가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실제로 최근 외국계 증권사들이 내놓고 있는 투자의견 하향 이유로는 환율하락, D램 및 TFT-LCD가격 부진 등의 단기적인 변수가 대부분이어서 대세상승에 대한 전망은 유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시장 전체가 조정을 겪고 있는 가운데 단기적으로는 이같은 잠재변수들이 실적 및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며 이를 반영해 목표주가와 실적추정치를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CSFB증권 윤석 이사는 "단기적인 이유로 실적전망이 변경됐으나 주가의 상승여력은 여전히 크다고 보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CSFB가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한 삼성전자의 경우 3, 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장기적인 전망에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여 투자의견을 "보유"가 아닌 "매수"로 한단계만 조정했다고 말했다. 단기적인 부담은 있지만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의미다.

◇"적극매수"→"매수"..사야하나? 팔아야하나?

지난 주말 크레딧스위스퍼스트보스턴(CSFB)증권은 삼성전자(05930)에 대한 투자의견을 "적극매수"에서 "매수"로, 12개월 목표주가 역시 55만원에서 47만원으로 하향조정했다.

CSFB는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은 견고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이후 나타날 것으로 보이는 D램 및 TFT-LCD 가격 하락 및 3분기 실적부진 전망 등의 부정적인 모멘텀을 감안할 때 단기적인 주가움직임이 불안해 투자의견을 하향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들이 삼성전자의 펀더멘털에 대한 장기적인 낙관론에 영향을 주지는 않기 때문에 "보유"가 아니라 "매수"로 투자의견을 한단계만 조정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여전히 주식을 매수하라는 의미일까? 이 경우에는 주식 보유여부가 투자판단의 관건이 된다. "적극매수" 추천시 해당종목을 샀던 투자자라면 이는 "매도"의견이나 다름없다. 반면 아직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투자자라면 매수해도 무방하다. 어쨌든 현재보다는 주가상승 여력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애널리스트는 "증권사들이 종목에 대해 매도의견을 내놓기를 꺼린다"면서 "투자의견을 장기매수에서 중립으로 혹은, 보유에서 시장수익률하회로 하향조정하면서 이를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고 이를 해석해 적절한 매매포지션을 취하는 것은 결국 투자자들의 몫이라는 지적이다.

◇"시장수익률상회"의견은 매수신호일까?

7월초 살로먼스미스바니(SSB)증권은 휴맥스(28080)의 목표주가와 실적전망치를 하향조정했다. 그러나 그간 주가가 충분히 하락한데다 7월부터는 실적개선이 기대되고 최근 약세를 저가매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면서 "시장수익률상회" 투자의견을 유지했다.

골드만삭스도 지난주말 보고서에서 원화강세와 내수 성장률 둔화, 한국내 경쟁격화에 따라 현대차에 대한 투자의견을 추천등급(Recommended List)에서 시장수익률상회(Market Outperformer)로, 12개월 목표주가는 4만5000원으로 32% 하향조정했다. 이와 함께 올해와 내년 주당순이익(EPS) 전망치 역시 각각 5991원과 6003원으로 낮췄다. 그렇다면 시장보다 높은 수익률을 믿고 투자할 수 있는 걸까?

"시장수익률"은 말그대로 시장평균보다 높은 주가상승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를 통해 투자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시장수익률 추정치가 얼마인지, 또 이 추정치가 충분히 신빙성을 갖는지에 대한 평가까지 필요해 다소 모호한 투자의견이라는 지적이 많다. 상대적 개념이라는 의미다.

시장이 전체적으로 상승 여력을 가지고 있다면 "시장수익률상회"를 매수하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으나 약세장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같은 의견이라도 상황에 따라 "주식을 팔라"는 조언으로 해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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