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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레바논, 관광업 위기…이집트는 수에즈 수입 급감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이코노미스트 등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이후 요르단의 관광객 수가 54% 급감했다. 요르단의 국내총생산(GDP)에서 관광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달한다.
레바논도 상황은 비슷하다. 레바논은 2019년 디폴트(채무불이행)을 선언했으며, 이 국가 역시 관광 산업으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하지만 전쟁 발발 이후 GDP의 70%를 차지하는 외국인 관광객 및 은행들의 투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인구 1억 1000만명의 이집트는 관광업 위축에 더해 올해 수에즈 운하 통행료 수입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40% 급감했다. 이집트는 지난해 수에즈 운하 통행료로 상반기에만 90억달러를 벌어들였다. 지난해 초 이집트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 160억달러와 비교하면 56.3%에 달하는 규모다. 한 해 전체로는 102억 5000만달러 수입을 올렸다.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민간 상선을 공격한 이후에 홍해 컨테이너 물동량이 기존 대비 30% 수준으로 쪼그라든 탓이다. 현재는 미국 주도로 연합군이 후티 반군과 교전을 벌이고 있으며 이에 대응해 이란이 후티 반군 지원에 가세하며 확전 가능성이 커졌다. 수에즈 운하는 세계 해양 무역의 11%를 담당한다.
2019년 기준 요르단·이집트·레바논의 관광 산업은 세 국가 전체 상품·서비스 수출의 35~50%를 차지했다. 전쟁 이후 요르단과 레바논 항공 예약은 각각 18%, 25% 줄었다. 이에 유엔개발계획(UNDP)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발발 이후 3개월 동안 요르단·이집트·레바논이 GDP의 2.3%에 해당하는 103억달러 규모의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산했다. 또한 같은 기간 동안 3개국에서 23만명이 빈곤층으로 전락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집트와 레바논의 재정은 이미 국제통화기금(IMF)의 현금 지원에 의존하고 있으며 요르단도 같은 처지에 놓일 수 있다”며 “수많은 전쟁 난민을 돌보기 비용에 재건 비용까지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없어 이들 국가의 경제 위기가 중동 전역으로 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쟁 당사자인 이스라엘의 상황도 여의치 않다. 이스라엘 경제는 전쟁 전 GDP의 20%를 차지하는 첨단 기술산업이 떠받쳤다. 하지만 전쟁 이후 스타트업부터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기존 투자 결정까지 줄줄이 취소되고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상당수 근로자들이 예비군으로 전쟁에 투입됐다.
중동 국가들 간 교역이 끊기거나 크게 위축된 것도 경제 위기 우려를 키우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전쟁 전까지 역내 교역 규모는 중동국가들 전체 수출량의 약 5분의 1을 차지했으나, 현재는 사실상 단절된 상태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중동은 오랫동안 경제 위기로 가득차 있었으며,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구제금융 등으로 위태롭게 유지되고 있는 모든 것을 무너뜨릴 위험이 우려된다”며 “이달 초 국제유가가 잠시 급등했던 것을 제외하면 그동안 나머지 세계 경제에선 전쟁에 따른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중동의 많은 국가가 채무 위기에 빠지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