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막 여는 은행원들…한달 새 5000여명 짐 쌌다

연말연초 5000명, 이 중 연초에만 1800명
희망퇴직 조건 좋아지고 인생 2막 수요도
지점 줄줄이 문 닫으며 행원 수요 지속 줄어
  • 등록 2022-02-02 오전 10:41:04

    수정 2022-02-02 오후 9:05:24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시중은행이 오프라인 지점을 꾸준히 줄여나가면서 은행원 수천 명의 이탈이 발생했다. 희망퇴직 조건이 과거보다 좋아져 퇴직금을 바탕으로 남은 인생 설계를 하루빨리 준비하려는 은행원들의 자발적 퇴직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에서는 연초 희망퇴직자 수가 1800명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KB국민은행에서 674명이,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에서 각각 250명, 478명이, 우리은행에서 415명이 짐을 쌌다.

지난해 말까지로 기간을 넓혀 잡으면 희망퇴직자 수는 더욱 늘어난다. 지난해 말 NH농협은행에서 427명이 희망퇴직했고, SC제일은행에서도 500명 정도가 은행을 떠났다. 소매금융을 철수하는 씨티은행에서는 2300명이 일제히 짐을 쌌다. 연말 연초 희망퇴직으로 은행원 5000명 정도가 업계를 떠난 것이다.

시중은행이 희망 퇴직자들을 대거 모집해 인력을 감축하는 것은 필연적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부동산 호황 및 코로나19 타격으로 인해 가계대출이 급증하면서 시중은행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데다 향후에도 금리 인상기에 힘입어 호실적을 거둘 것이 예상되지만, 점점 오프라인 지점 수요가 줄어들고 있어서다.

은행들이 점차 지점을 줄이면서 기존 은행원들을 배치할 공간이 쪼그라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1년 동안(2020년 3분기~2021년 3분기)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국내 지점은 각각 78개, 14개, 62개, 49개씩 줄어들었다.

자발적으로 은행을 떠나는 행원들도 늘어났다는 게 금융권 분석이다. 예년 대비 희망퇴직 조건이 유리해지면서 이 기회에 인생 2막을 설계하려는 행원들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국민은행은 희망퇴직자들에게 23~35개월치 급여와 학자금 또는 최대 3400만원의 재취업지원금을 지급했다. 퇴직 1년 후 계약직 재고용 기회도 제시했다. 신한은행은 최대 36개월 특별퇴직금을 지급한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아예 만 40세까지도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우리은행은 행원급의 경우 1980년 이전 출생자까지 희망퇴직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하나은행은 만 15년 이상 근무했다면 만 40세 이상 일반직원도 퇴직을 신청할 수 있게 했다.

시중은행의 한 직원은 “희망퇴직 나이 하한선인 만 40세가 대거 희망퇴직을 신청하는 건 아니다”면서도 “희망퇴직 조건이 좋을 때 퇴직해 다른 인생경로를 모색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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