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란의 투기판…'레딧 개미' 진격에 AMC 주가 95% 폭등(종합)

AMC 주가, 하루 만에 95.2% 또 폭등
올해 초 게임스톱 사태 이어 또 치솟아
블랙베리, 베드배스&비욘드 덩달아 폭등
레딧서 모인 개미들, 밈 주식 몰려들어
'역대급 유동성' 예측 불가능한 투기판
"가격 오를수록 차익실현 유혹 커질 것"
  • 등록 2021-06-03 오전 7:40:28

    수정 2021-06-03 오전 7:40:28

(사진=AFP 제공)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그야말로 ‘광란의 투기판’이다. 주식 토론방에서 뭉친 개미들이 일부 밈(Meme·SNS 등에서 입소문을 타고 오르는 종목) 주식의 가격을 또 끌어올리고 있다. 영화관 체인 AMC의 주가는 올해 들어 3000% 이상 폭등했다.

이는 올해 초 월가 헤지펀드들의 공매도 행태에 반발하는 개미들이 공매도 타깃이 된 회사 주식을 집중 매수하며 전쟁을 벌인 ‘게임스톱 사태’와 똑같다. 다만 그 명분과는 별개로 특정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치솟으면 개미들의 손실 위험이 커진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레딧서 모인 개미들, 밈 주식 몰려

2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AMC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95.22% 치솟은 주당 62.5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72.62달러까지 상승했다. 이날 장중 100% 넘게 주가가 오르다 보니 두 차례 주식 거래 일시 정지 조치가 있었으나, 그 이후 주가는 다시 상승했다. AMC 주가는 지난달 말만 해도 10달러 남짓했으나, 짧은 시간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올해 들어 상승률만 3011.94%에 달한다.

거래량 자체가 ‘역대급’ 수준이다. 이날 AMC 거래량은 7억4510만333주를 기록했다. 게임스톱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 1월 27일(12억2234만2500주) 이후 최대치다. 통상 많아야 하루 4000만~5000만주가량 거래됐다가, 지난달 말부터 갑자기 거래량이 확 늘었다.

이는 주식 토론방인 레딧의 ‘월스트리트베츠’ 등을 중심으로 개미들이 뭉치고 있기 때문이다. 레딧은 월가 헤지펀드들의 공매도 행태에 반발한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 타깃이 된 종목을 공격 매수하자는 토론이 이뤄지면서 유명세를 탔다. 올해 초 기관과 개인간 전쟁 양상으로 번진 게임스톱 사태의 배경이다. 이번 AMC 사태의 양상 역시 이와 똑같다.

AMC 주가는 전날 헤지펀드 머드릭 캐피털이 자사 보통주 850만주를 매입했다고 발표한 직후 차익 실현을 위해 전량 매도했다는 소식에도 개미들의 화력에 폭등세를 멈추지 않았다.

아울러 AMC는 이날 개인 주주들과 직접 소통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며 주가에 불을 질렀다. ‘AMC 인베스터 커넥트’ 플랫폼을 신설해 주주들에게 공짜 혹은 할인 이벤트, 특별 상영관 초청, 최고경영자(CEO)와의 대화 등을 제공할 방침이다. 애덤 애런 AMC CEO는 “투자자들과 자주 소통할 것”이라며 “올해 여름 AMC 극장에서 첫 영화를 보는 고객에게 무료 팝콘을 주는 등 특별 서비스를 할 것”이라고 했다.

“가격 오르면 차익 실현 유혹 커져”

올해 초 주가가 반짝 폭등했던 게임스톱의 경우 이날 13.35% 오른 282.24달러에 마감했다. 지난달 중순만 해도 100달러 중반대였으나, 다시 폭등하고 있다. 이외에 블랙베리(32.09%), 베드배스&비욘드(62.11%) 등의 주가 역시 치솟았다.

일각에서는 높은 변동성에 따른 위험 부담에도 개미들이 밈 주식에 열광하는 건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유동성이 역대급 수준으로 넘치다 보니, 예측이 불가능한 국지적인 폭등장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비트코인 같은 가상자산의 경우 각국 정부의 규제 탓에 약세를 보이고 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최근 24시간 내 비트코인 1개당 최고가는 3만8231.34달러를 기록했다.

월가 일부에서는 이번 AMC 사태가 또다른 희생양을 만들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이펙 오즈카데스카야 스위스쿼트뱅크 애널리스트는 “개인투자자들이 똘똘 뭉치면 이런 현상이 계속 일어날 수 있다”면서도 “문제는 가격이 오를수록 차익을 얻고 빠지려는 유혹은 커진다는 점”이라고 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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