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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가상자산 비트코인이 사상 처음 시가총액 1조달러 시대를 열었다. 가격은 5만6000달러를 돌파하며 6만달러를 눈 앞에 뒀다. ‘디지털 안전자산’으로서 시장의 검증을 받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단기 상승 폭이 너무 크다는 점에서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비트코인값 5만6000달러 첫 돌파
19일(현지시간) 가상자산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24시간 내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최고 5만6114달러까지 올랐다. 한국 돈으로 약 6200만원으로 역대 최고가다. 비트코인값은 올해 들어 불과 한달반 동안 94% 이상 폭등했다. 그 어떤 자산들보다 오름 폭이 크다.
이에 따라 시총 규모는 폭증했다. 컴퍼니스마켓캡에 따르면 현재 비트코인 시총은 1조390억달러(약 1150조원)를 나타냈다. 시총 1조달러는 비트코인이 지난 2009년 처음 등장한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비트코인 시총은 전세계 자산 중 8위다. 독보적인 안전자산인 금(11조3260억달러)이 시총 1위에 올라 있다. 그 뒤를 애플(2조1800억달러), 사우디 아람코(2조370억달러), 마이크로소프트(1조8170억달러), 아마존(1조6370억달러), 은(1조4960억달러), 알파벳(구글 모회사·1조4130억달러) 등이 잇고 있다.
비트코인 시총은 당분간 더 불어날 가능성이 높다는데 무게가 실린다. 비트코인을 둘러싼 수요가 탄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이 이끌었던 2017년 상승장 때와 달리 기관과 기업이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ETF의 첫 등장은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는 방식이 더 다양해진다는 뜻이다. 그 자체로 수요가 탄탄해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ETF를 승인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주인 빌 게이츠는 CNBC와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에 대해 중립적”이라며 기존의 회의론을 접었다. 비트코인 투자에 부정적이었던 ‘신채권왕’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는 현재) 금보다 비트코인 투자가 낫다”며 입장을 바꿨다.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제미니의 공동창업자인 캐머런 윙클보스는 트위터를 통해 “백지에서 1조달러까지, 비트코인은 달러화를 산 채로 먹어치우고 있다”고했다.
비트코인뿐만 아니다. 가상자산 시총 2위인 이더리움의 경우 2254억달러까지 몸집을 불렸다. 이틀 전만 해도 전체 자산 중 시총 54위였는데, 이날 44위까지 뛰어올랐다. 이틀새 나이키, 엑슨모빌, 유니레버, 코카콜라, 로레알, 도요타 등 굴지의 기업들을 제쳤다.
일각서 “비트코인 실체 잘 모르겠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비트코인이 주식처럼 현금을 창출하는 자산이 아니라는 점에서 가치평가 수단이 마땅치 않은, 다시 말해 실체가 없다는 관측이다. 심지어 비트코인은 원유, 철광석, 구리 등 원자재처럼 산업 수요가 있지도 않다. 옥수수 등 곡물 역시 마찬가지다.
시타델증권 창업자인 유명 투자자 켄 그리핀은 이날 CNBC에 나와 “경제적인 의미에서 가상자산의 기반이 잘 보이지 않는다”며 “주식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이해할 수 있지만 가상자산은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가상자산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데 시간을 할애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트코인이 안전자산으로 여겨질지 여부와는 별개로 그간 폭등에 따른 레벨 부담 역시 있다. 단기적으로 보면 폭등과 폭락을 반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통화당국은 경계감이 커졌다.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계속 뛰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며 “상승 랠리는 결국 끝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세계 어디에서도 비트코인이 장기간 사용된 사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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