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대륙의 실수’라고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바로 중국 스마트폰 IT 회사인 샤오미를 수식할 때 쓰는 말입니다. 샤오미 제품들이 저렴한 가격에 비해 성능이 좋다는 뜻을 담아 익살스럽게 표현한 것이지요.
IT 기기에 전혀 관심이 없는 분들이라고 해도 대용량 보조배터리나 선풍기 등 샤오미의 제품을 한번쯤은 써봤거나 보신 적이 있을 것 같습니다. TV와 같은 대형 가전에서부터 공기청정기, 무선청소기, 선풍기와 쓰레기통, 여행용 캐리어까지 알고보면 샤오미 제품의 라인업은 그야말로 전방위적입니다.
시장 반응도 괜찮은 편입니다. 소위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비)가 높다는 점을 회사도 소비자도 인정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유독 국내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제품이 있으니 바로 스마트폰입니다. 유럽과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는 해마다 점유율을 쑥쑥 키우며 명실공히 글로벌 4위로 우뚝 선 샤오미폰은 한국 시장에서는 존재감조차 미미합니다.
|
유통망 확장 등 韓 공략 선언한 샤오미 ‘시무룩’한 성적표
하지만 석달 가량 지난 현 시점에서 결과는 참담합니다. 우선 ‘반값 5G폰’, ‘국내 시장 최초의 외산 5G폰’을 내걸고 나왔던 ‘미10 라이트’는 판매 부진으로 공시지원금을 대폭 높이며 ‘떨이’ 판매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일반적으로 공시지원금을 높이는 것은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서인데요. 인기가 많아서일 수도 있지만, 재고를 털기 위해서 쓰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샤오미의 경우 국내 업체들과 달리 공시지원금 인상 부담을 이통사들이 모두 떠안아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판매가 너무 부진해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는 전언입니다. 출고가 45만1000원인 이 제품은 최고 13만원 수준이면 살 수 있지만 큰 호응이 없다고 합니다.
전세계적으로 3000만대 이상이 판매된 홍미노트8 시리즈의 후속작인 홍미노트9S 역시 사전판매 2000대 완판 이후 소식이 없습니다.
|
국내시장은 왜 ‘외산폰의 무덤’이 됐을까
이는 비단 샤오미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중국 1위 스마트폰 제조사이자 글로벌 2위인 화웨이는 2년째 국내에 신제품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애플조차도 10% 대의 점유율로 2~3위를 왔다갔다 하고 있지요.
국수주의나 애국소비 등을 들먹이지 않아도 국산 제품에 대한 선호도는 높은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입니다.
국내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의 70% 정도를 차지하는 프리미엄 폰 선호 현상도 한 몫을 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시장이 삼성과 애플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브랜드들로 재편된 현 상황에서 외산폰이라고 하면 사실상 애플 아니면 중국 제품입니다. 대부분의 중국 제품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지요.
게다가 최근에는 소비자들이 가성비를 중요시하면서 삼성과 LG에서도 중저가대의 스마트폰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습니다. 익숙하고 AS 걱정 없는 국산 제품인데다 이통사와의 결합으로 나오는 각종 지원금을 보태면 가격은 더 떨어집니다.
이밖에도 이통사 온라인몰에서만 판매되고 오프라인 유통채널을 뚫지 못한 점이나, 중국 제품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불신 등도 샤오미가 넘어야 할 산입니다.
한편, 재미있는 것은 중국에서의 삼성전자의 입지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20% 중후반대의 점유율을 기록하면 1등을 하고 있는 삼성이지만, 중국시장에서는 1% 안팎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고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