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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兆) 단위에 이르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둘러싸고 조합과 건설업체·철거업체, 공무원들이 얽히고 설키는 재건축·재개발 비리는 건설업계의 대표적 적폐로 꼽힌다. 건설업계가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벌이는 `쩐의 전쟁`은 흔히 조합과 공무원의 뇌물과 횡령 등을 동반하며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는 다시 조합원에게 분담금 증가 등 부담으로 전가되고 주변 집값 상승과 미분양 발생으로 귀결된다. 한상훈 서울북부지검 검사는 “조합원 집행부에서 조합원 몰래 꿀꺽하는 돈이 엄청난 탓에 다음 생애에 태어나면 조합원은 절대 하지 말라는 얘기까지 있다”고 말했다.
뿌리깊은 재건축·재개발 비리 척결 선봉에 서 있는 곳이 서울북부지검이다. 서울북부지검은 2017년 12월 지정 당시 관내에 재개발 조합이 64개가 있어 서울시 전체 194개 가운데 33%가 몰려있었다. 관내 아파트·연립주택 등 공통주택 역시 42만여세대로 전국 검찰청 관할 중에 제일 많았다. 대검은 이런 점을 반영, 2017년 12월 건설범죄중점청으로 서울북부지검을 지정했다.
재건축 재개발 비리가 끊이지 않는 것은 개발이익이 크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건설 수주를 따내기 위한 건설사의 조합원 포섭 전략은 “1970년대 80년대의 선거판보다 더 치열하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여기서 파생되는 건설사의 과열 수주전은 조합원들 사생결단의 싸움으로 비화되기도 한다. 조합원들간 사업 진행을 놓고 집행부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갈등하다 보면 비방과 폭로전이 뒤따라 사업장은 업무방해·사기·폭행·명예훼손 등의 쌍방 고소고발전의 복마전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건설사에 포획된 조합장과 집행부의 전횡을 견제해야할 조합원은 무력하다. 조합원은 사업을 끌고가야 할 시행주체이지만 복잡한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무지하다. 무엇보다 사업의 인허가 과정에서 감독당국과 비리를 적발해야 할 수사당국이 사실상 뒷짐을 져왔다는 게 검찰의 자성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앞으로 재건축·재개발 초기 단계부터 적극 개입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일반 조합보다 분양가가 싸지만 조합이 토지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못해 사업이 빈번하게 좌초하는 지역주택조합 비리도 적극 챙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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