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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빼빼로데이는 토종 브랜드의 특정 제품 이름에서 따왔다는 점이 흥미롭다. 밸런타인데이(2월14일)나 화이트데이(3월14일)는 외국에서 수입된 기념일로, 초콜릿이나 사탕 상품군 전체를 선물 대상으로 삼는다. 반면 빼빼로데이는 특정 제품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운 것으로 국내에서 자생적으로 만들어졌다. 1996년 영남 지역의 한 중학교 여학생들이 ‘키 크고 날씬해지자’는 의미에서 11월11일에 빼빼로를 나눈 것이 시초라는 게 정설(定說)로 알려져있다.
빼빼로데이가 10대 청소년들이 만든 문화지만, 이를 전국적인 행사로 키워낸 것은 롯데제과의 노력이었다. 롯데제과는 1990년대 말 본격적인 빼빼로데이 마케팅에 돌입했다. 빼빼로데이에 맞춰 서울 강남 일대와 체육관 등지에서 대규모 시식회를 진행하는 등 행사의 취지와 의미 알리기에 적극 나섰다.
마케팅은 성공적이었다. 빼빼로데이를 앞두고 10월, 11월 매출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2001년 10월 빼빼로 매출은 6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30%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경쟁사인 해태제과도 빼빼로데이의 아성에 도전하는 모양새다. 해태제과는 2014년부터 11월11일을 ‘스틱데이’라 칭하며 빼빼로 색 지우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스틱데이는 해태제과가 스틱 과자의 원조격인 일본 글리코사의 ‘포키’를 판매한 이후 시작했다.
이 외에도 인삼데이(2월23일), 삼겹살데이(3월3일), 사과데이(10월24일), 한우데이(11월1일) 등 수많은 데이 마케팅이 생겨났다.
20년 넘게 지속한 빼빼로데이는 진귀한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1996년을 기점으로 올해 9월까지 지난 22년간 거둔 매출액은 약 1조3000억원(공급가 기준)에 달한다. 이 액수를 오리지널 초콜릿 빼빼로로 환산하면 약 28억갑 규모다. 이는 우리나라 전 국민 1인당 56갑씩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일렬로 길게 늘어놓으면 약 45만㎞에 이르는데, 지구 둘레를 11바퀴 이상 돌 수 있는 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