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꾸 불거지는 ‘세컨더리 보이콧’ 논란

  • 등록 2018-11-01 오전 6:00:00

    수정 2018-11-01 오전 6:00:00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이 우리 경제에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주식시장이 모처럼 반등세를 나타내는 가운데서도 은행주는 그제 4~5%대나 급락했고, 어제는 보합세로 마감했다. 미국이 오는 6일 실시되는 중간선거 직전 국내 은행 한 곳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할 것이란 소문이 결정타였다. 북한을 지원하는 은행이 그 대상이 된다는 내용이다. 금융위원회가 어제 사실무근이라며 “풍문 유포자를 엄중 제재하겠다”고 밝혔지만 파장을 가라앉히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주한 미국대사관이 일부 대기업에 전화를 걸어 대북협력 추진상황을 파악했다는 사실도 세컨더리 보이콧의 공포 확산에 기여했다. 대사관 측은 삼성, 현대차, SK, LG 등과 이미 접촉했고 지난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때 총수가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방북한 다른 대기업들에 대해서도 차례로 연락을 취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평양공동선언 직후 미국 재무부가 국내 7개 은행과의 전화회의에서 대북제재 위반과 관련한 오해를 일으키지 말라고 주의를 표명한 바 있다.

미국이 외교창구를 제쳐놓고 재무부와 대사관을 통해 국내 은행 및 기업들과 접촉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남북협력의 과속 조짐이 이어지면서 전방위로 견제에 나선 모양새다. 일각에선 ‘한국 정부 패싱’이란 평가까지 나온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국회 국정감사에서 “세컨더리 보이콧을 시나리오별로 대비하고 있다”고 밝힌 데서도 현재 돌아가는 정황을 짐작하게 된다.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특별대표가 최근 방한하자마자 대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부터 만난 것도 남북관계 속도 조절과 무관하지 않을 게다.

성장률이 뚝뚝 떨어지는 터에 자칫 세컨더리 보이콧까지 당할 경우 우리 경제에는 직격탄이다. 남북관계 발전을 통해 북핵 폐기를 끌어내려는 우리 정부의 진의를 마뜩찮게 여기는 미국 조야의 분위기가 걱정일 수밖에 없다. 세컨더리 보이콧이 우방인 우리에겐 적용되지 않으리란 방심은 금물이다. 은행이나 기업의 입장에선 정부의 뜻을 거스르기도 어렵고 미국의 요청을 거부할 수도 없다는 게 문제다. 여기에 북한으로부터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는 모멸까지 받아야 하는 우리 기업들의 처지가 딱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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