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카드업계 위기, 엄살 아니다

  • 등록 2018-10-11 오전 7:00:00

    수정 2018-10-11 오전 7:00:00

[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입사한 이후 요즘처럼 위기감이 컸던 적은 없었습니다. 특히 신입사원들이 ‘다른 직장 알아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얘기하는 것을 들었는데 참 씁쓸했습니다. 어쩌다 카드 업계가 이 지경까지 온 건지 답답하네요.”

요즘 신용카드업계가 사면초가 상태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카드수수료 인하를 압박하고 금리 상승 등으로 자금 조달금리는 오르는데 대출금리는 올리지 못하다 보니 영업 환경이 악화일로다. 금융당국은 올 연말 적격비용 산출을 통해 적정 수준의 카드수수료 개편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카드수수료가 사회악 취급을 받고 있는 현실 속에서 업계 여력이 고려된 적정 수수료율을 찾을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제로페이’ 같은 간편 결제수단이 등장하면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4년째 내리막인 영업실적은 카드업계의 위기의식이 결코 엄살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올 상반기 신한, 삼성, KB국민, 현대, 비씨, 하나, 우리, 롯데 등 8개 전업 카드사의 순이익은 966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1.9%(4524억원) 급감했다. 카드사의 수익성 악화는 카드수수료가 2007년 이후 9차례 인하되고 우대수수료율 적용대상이 해마다 확대된 게 주요인이다. 내년부터 영세 온라인 판매업자와 개인택시사업자에 대한 카드 수수료도 인하되면 1000억원 이상의 추가 수익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수익이 악화되면서 카드 업계의 인력 구조조정도 잇따르고 있다. 임직원 수가 최근 3년간 11.2% 감소했고, 카드 모집인 수도 지난해 26.8% 줄었다. 기업계 카드사들의 매각설과 은행계 카드사의 은행 합병설도 끊이질 않고 있다. 카드사 노조가 ‘생존권 위협하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중단하라’며 정부를 대상으로 시위를 할 정도다.

정부는 카드 수수료 인하를 압박하는 대신 해외송금업 등 신사업을 허용해 주는 ‘당근’을 내밀고 있다. 카드사가 할 수 있는 사업영역을 넓혀줘 카드사들의 수익성 악화를 방지하려는 조치다. 하지만 소액 해외송금시장은 지난해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한 뒤 수수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수료율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데다 해외송금망 등 인프라 구축비용 등을 고려하면 카드사들이 신규 진출해 수익을 거두기엔 만만치 않다는 평가다.

신용평가업 진출 허용 방안도 검토되고 있지만 카드사들은 이 역시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신용평가업은 이미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NICE신용평가 등 3개 회사가 과점체제를 굳건히 형성한 시장인 만큼 카드사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데다 시장 자체가 크지 않아 기존 핵심사업을 대체할 만한 사업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나마 카드사들이 중점적으로 역량을 키우고 있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사업은 개인정보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

기업들은 업황과 경쟁 분석 등을 통해 미래에 대비해야 하는데 카드업계의 현실은 예측 불가능한 정부 정책과 정치적 압력에 고군분투해야 하는 상황이다. 카드사들도 경쟁력을 강화해 수익성을 높이는 기업의 목적을 실현할 수 있도록 이제는 정부가 살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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