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의 블록체인 탐방]투명한 채권관리로 P2P금융에 돈줄…신용분석도 혁신

10편. 지퍼(ZPER) <上> 국내 대표 P2P금융 플랫폼
`폭발적 성장` P2P 금융사와 투자자 연결고리 역할
기관 자금도 매칭…위원회·가디언으로 안정성 강화
코인생태계로 비금융정보 확보…신용분석 혁신 꾀해
  • 등록 2018-05-14 오전 6:19:57

    수정 2018-05-14 오전 9:25:48

지퍼 생태계 구조 (그래픽= 지퍼 백서)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금융은 모든 산업군 가운데서도 가장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기존 금융회사들이 오랜 기간동안 시장을 과점하면서 자신들이 자금을 조달하거나 운용하는 양쪽 모두에게 과도한 비용을 요구해왔다. 또한 보수적인 신용평가정책으로 영세한 개인이나 자영업자는 물론 금융거래 이력이 없는 금융소외자 등 정작 필요한 곳에 제대로 자금을 공급하지도 않았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타난 새로운 업태 중 하나가 P2P(개인간) 금융이며 이는 디지털 기술 발전 덕에 더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글로벌 조사기관인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오는 2020년까지 5년간 글로벌 P2P 금융시장이 연평균 53%에 이르는 높은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국내에서도 4차산업혁명 육성과 함께 포용적 금융을 강조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 하에서 핀테크산업, 그 가운데서도 P2P 금융이 성장속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폭발적 성장에 자금줄 쪼들리는 P2P 금융사에 투자자 연결

사실 국내 P2P 금융도 폭발적 성장을 보여왔다. 3년전인 2015년만 해도 12곳에 불과했던 P2P 금융사 수는 125곳까지 늘었고 금융당국에 등록된 업체만도 100개에 육박한다. 이들이 실행한 누적 대출액도 3조원을 넘었다. 작년 6076억원의 대출액은 한 해전에 비해 무려 15배나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P2P 대출수요가 빠르게 늘곤 있지만 업체들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채널이 제한적이라 수요를 따라갈 수 없는데다 양적 성장에 발맞춰 혁신적인 차주(借主·돈을 빌리는 쪽) 분석이라는 질적 성장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17개 P2P 금융사들의 연합체로 출범한 지퍼(ZPER)는 바로 이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지퍼에 참여하는 펀다 대표로 있는 박성준 공동 창업주는 “P2P 금융사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는 항상 자금을 대주는 투자자가 부족하기 마련인데, 이 때문에 지퍼라는 연합체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퍼에 참여한 17개사의 누적 대출액은 6700억원 수준이며 연내에 1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지퍼는 돈을 빌려주는 대주(貸主)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P2P 금융사를 통해 차주와 연결 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P2P 금융사들의 모든 채권을 블록체인 상에 올려 채권 정보와 상환내역, 연체율과 부실률 등을 투명하고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외부 투자자를 모아 P2P 금융사의 대출자금으로 연결시켜 준다. 특히 이 생태계를 관리·감독하는 위원회(Council)를 별도로 둬 이에 참여하고자 하는 P2P 기업을 철저하게 검증하도록 했다.

실제 지퍼는 최근 라움자산운과 손잡고 이른바 `마중물 펀드`를 우선 출시하기로 했다. 운용사 입장에서는 최종부실률이 2% 수준에 수렴하는 P2P 금융사들의 채권에 투자해 10%에 육박하는 수익률을 얻을 수 있고, 그동안 개인들에게 대출자금 조달을 의존했던 P2P 업체들은 부족한 자금을 넉넉히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지퍼와 라움측은 트랙 레코드를 살펴보면서 하반기에 펀드를 더 확대할 계획이다. 박 창업주는 “그동안 기관투자가들이 P2P 금융에 투자한 사례가 없었다 뿐이지 실제 수요는 많을 것으로 본다”며 “라움과의 실적이 쌓이게 되면 다른 기관을 설득하는 일도 쉬워질 것이며 기관 참여 확대도 시간문제일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뿐 아니라 지퍼는 상환이 잘되는 채권을 만기 이전에 재판매하는 방식으로 P2P 금융사들의 채권을 유동화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아울러 대출과정에서 발생한 부실채권(NPL)을 싼값에 매입하고자 하는 NPL 매입약정자를 연결해주되 가디언(Guardian)이라는 자체 펀드도 조성해 일정한 이용료를 낸 투자자들에게는 투자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일부 보전해주는 안전장치까지 마련해주기로 했다.



혁신적 신용분석에 역점…코인생태계로 비금융정보 확보

영세자영업자나 금융소외자 등에게 자금이 제대로 공급되록 하는 혁신적인 차주 분석 역시 지퍼가 추진하는 역점분야다. 영세상점에 자금을 빌려줄 경우를 예로 든다면, 상점주인의 신용도를 분석하는 것은 상환의지를 확인하는 것일뿐이지만 대부분 기존 은행들은 이에 의존하고 있다. 반면 상점의 신용도를 분석해야 정확한 상환능력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지퍼의 생각이다. 이를 위해 지퍼는 상점이 가입한 포스(POS)사로부터 매출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고 딥 러닝을 통해 향후 매출을 전망한다. 특히 펀다의 경우 앞으로 신용카드사들로부터 해당 상점 주변 상권이나 고객층 소비패턴 등에 관한 데이터를 추가로 확보해 차주 신용분석의 정확도를 더 높일 계획이다. 상점주인의 동의 하에 배달앱업체로부터 주문과 조회, 결제율을 함께 분석하는 작업도 고려하고 있다. 김준범 공동 창업주 겸 지퍼 대표는 “그외에 보험사 등 다른 업종 기업들까지 지퍼 생태계로 들어오면 다양한 비금융 데이터를 공유해 혁신적 신용분석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과정에서 활용되는 것이 바로 지퍼(ZPR)토큰이다. P2P 금융사들이 신용분석을 위해 생태계 내 데이터 제공자나 2차정보 제공자들과 거래할 때 토큰을 사용하게 된다. 또 해외 투자자들과 국내 차주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국경간 송금 등에도 토큰을 이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퍼는 4만8000이더(ETH), 우리 돈으로 400억원 정도를 애초 목표로 암호화폐공개(ICO)를 진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ICO 특성상 한번 모집하고 나면 추가 자금 모집을 하지 못하는 만큼 미래 자금 소요액까지 감안해 최대한 자금을 조달하고자 했다”면서도 “사업을 위한 최소한도인 소프트캡은 5000이더 정도이고 라움과의 마중물 펀드처럼 다른 자금 조달원도 생긴 만큼 크게 욕심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지퍼는 개인 정보는 컨소시엄 블록체인에 올리고 퍼블릭 블록체인에는 키값만 올려서 프라이버시 이슈를 해결할 계획이다. 이 때문에 지퍼 플랫폼이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두 블록체인이 서로 잘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완성된 플랫폼은 1년내에 내놓을 계획이며 올 2분기쯤에는 투자자가 참여할 어플리케이션을 먼저 출시할 계획이다. 또 지퍼에 참여하는 P2P 금융사를 20~30곳 이상으로 늘리는 작업도 병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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