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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영화 ‘매트릭스2 리로디드’의 그 유명한 영화카피입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기억을 입력·삭제한다는 충격적인 가상현실을 다룬 영화 ‘매트릭스’의 화제성 탓에 속편을 둘러싼 갑론을박은 치열했습니다. 그래도 모두가 인정한 건 영화 카피였습니다. 역사적인 2018 남북정상회담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는 매트릭스의 카피 그대로입니다. 4월 27일 판문점에서 기나긴 하루를 보냈던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소회입니다. 윤영찬 수석은 정상회담 다음날 “다시 뒤돌아보니 크게 꿈틀거리는 세상의 중심 속에서 하루를 보낸 듯하다”면서 “아침에 일어나니 어제가 꿈인지 현실인지 살짝 헛갈리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장자의 ‘호접몽’이 떠오를 정도의 극적인 변화입니다. 한반도 지형은 급변의 연속입니다. 전쟁 위기는 어느덧 평화의 봄바람으로 바뀌었습니다. 한마디로 상전벽해입니다. 지난해와 180도 달라졌습니다. 이제 하루라도 남북·북미관계 뉴스를 챙기지 않으면 도대체 뭐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정도입니다. 밑바닥에서부터 거대하게 꿈틀거리는 한반도의 지각변동은 ‘매트릭스’의 가상현실과도 닮아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연출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연으로 나설 ‘한반도 매트릭스’는 이제 곧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단 하나는 무조건 확실합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
트럼프·김정은, 전쟁불사 말폭탄…“어르고 달래고” 文대통령의 진정성
“트럼프 대통령이 미쳤다(?). 김정은 위원장이 미쳤다(?).”
최근 북미관계의 변화를 보면 믿을 수 없는 일들의 연속입니다. 돌이켜보면 북미대화를 하겠다는 두 사람이 진짜 김정은과 트럼프가 맞는지 의심스럽습니다. 실제 트럼프와 김정은은 지난해까지 ‘전쟁 불사’를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미치광이 △병든 강아지 △늙다리 미치광이 △골목깡패 등등 말폭탄을 거리낌없이 주고받았습니다. 북한의 핵실험과 ICBM 발사 도발이 지속되면서 갈등은 극에 달했습니다. 북한은 미국 본토 핵타격을 위협했습니다. 미국도 북한 선제타격 카드를 만지작거렸습니다. 한반도는 전쟁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었습니다. 지난 1월에는 유치찬란한 상호협박도 있었습니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놓여 있다는 것, 이는 결코 위협이 아닌 현실임을 똑바로 알아야 합니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역시 “나에겐 더 큰 핵 단추가 있다”며 맞받았습니다.
북미갈등이 거칠어지면서 진퇴양난에 내몰린 것은 문 대통령이었습니다. 북한은 대한민국을 상대하지 않고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원했습니다. 전작권도 보유하지 못한 우리는 건너뛰겠다는 태도였습니다. 미국도 한미공조를 강조하면서도 문 대통령의 유화적인 대북접근법을 다소 못마땅해하는 눈치였습니다. 국내 보수세력들은 ‘주사파가 장악한 청와대 탓에 한미동맹이 흔들린다’고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베를린구상은 휴지통에 처박히고 코리아패싱은 유행어가 됐습니다. 이상하게 올해 들어 모든 게 변했습니다. 김정은과 트럼프가 대화의 장으로 걸어 나왔습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변덕스럽고 괴팍한 지도자라는 혹평을 들었던 두 사람을 설득한 건 문 대통령입니다. 진정성이 통한 것일까요? 북한은 공개적으로 핵동결과 비핵화 의지를 밝혔습니다. 미국도 한미군사훈련 연기에 동의했습니다. 평창 이후 문 대통령의 승부수였던 대북·대미특사 카드는 성공을 거뒀고 북미는 손을 잡았습니다. 북미정상회담은 판문점 개최가 유력한 가운데 초읽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이후 외신은 문 대통령을 △위대한 협상가 △전술의 달인 △외교의 거장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은 성공이 예정된 회담이었습니다. 보통 정상회담은 당사국간 최고 수준의 외교적 행위입니다. 사실 정상회담 합의 자체가 이미 절반의 성공입니다. 이는 회담 성과를 최대치로 높이기 위해 양측 실무진이 치열한 물밑조율을 벌이기 때문입니다. 최고 히트작인 ‘도보다리 산책’과 ‘숲속 벤치 정상회담’은 회담 전날까지 남북 양측이 진통 속에 합의한 옥동자였습니다. 아울러 남북정상은 판문점선언에서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천명했습니다. △군사적 긴장해소와 단계적 군축 실현 △올해 종전선언과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 △한반도 비핵화 공동목표 등 굵직한 합의로 이끌어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건 ‘통역없는 정상회담’이었습니다. 남북은 말이 같았기 때문에 별도 통역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메시지만이 아니었습니다. 단 한 장의 사진이 모든 걸 보여줬습니다. 문재인, 김정숙, 김정은, 리설주 등 남북정상 부부가 서있는 모습은 마치 시부모와 아들 내외가 함께 하는 느낌을 줬습니다. 이후 모든 게 하루아침에 달라졌습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김정은에 대한 이미지는 수직상승했습니다. 핵으로 국제사회를 위협한 ‘공공의 적’에서 평화를 이야기할 수 있는 ‘대화 파트너’로 변했습니다. 문 대통령도 회담 이후 “솔직 담백하고 예의 바르다”는 인물평을 남겼습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가장 비싼 외교가 가장 싼 전쟁보다 낫다”는 격언을 그대로 증명해줬습니다.
과거 남북간 합의가 휴지조각이 된 사례가 적지 않은 만큼 지나친 낙관론은 금물이라는 신중론도 있습니다.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선 6.15 남북공동선언의 경우 김대중 정부 임기 중반의 합의였다는 점과 이후 DJP연대 붕괴로 레임덕에 처하면서 탄력을 받기 어려웠습니다. 10.4 정상선언의 경우 참여정부 마지막해 합의라는 점과 대선참패에 따른 정권교체로 이행이 쉽지 않았습니다. 판문점선언은 전혀 다릅니다. 문재인정부 출범 만 1년이 채 되기도 전에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대통령 지지율도 강력합니다. 정상회담 성공 여파로 꿈의 지지율 80%를 기록 중입니다. 지방선거 역시 싹쓸이 압승이 예고돼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트럼프·김정은의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하면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물을 국제사회, 더 직접적으로 한반도 문제 최대 당사국이 미국이 보장한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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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한 것은 일부 보수세력의 태도입니다. 여전히 외눈박이 시선으로 남북관계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대실패로 막을 내렸던 ‘평양올림픽’ 프레임 그대로입니다. 구체적인 비핵화 이행 시기와 세부방법이 없다는 비판은 다소 억지스럽습니다. 북핵문제는 기본적으로 북미 양자간의 문제입니다. 남북정상회담이 북미정상회담의 예비 또는 사전회담 성격이라는 점에서 남북정상회담 합의사항을 100% 오픈할 수도 없습니다. 보수세력의 비판에 청와대도 반격을 가했습니다. 지난달 29일 “북부 핵실험장 폐쇄를 5월 중에 실행할 것이다. 이를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 한미 전문가와 언론인을 북으로 초청하겠다”는 김정은의 정상회담 발언을 언론에 공개했습니다. 특히 “앞으로 자주 만나 미국과 신뢰가 쌓이고 종전과 불가침을 약속하면 왜 우리가 핵을 가지고 어렵게 살겠느냐. 전쟁의 아픈 역사는 되풀이하지 않겠다. 결코 무력 사용은 없을 것임을 확언한다”는 김정은의 발언도 추가로 공개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1일 유엔 사무총장과의 전화통화에서 핵실험장 폐쇄 현장에 유엔의 참여를 공식 요청하는 등 비핵화 속도전에 힘을 보탰습니다.
이대로 가면 보수는 6월 지방선거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대오각성이 없다면 자유한국당은 창당 이래 최악의 선거참패를 기록할 것입니다. 선거 이후 당의 공중분해는 예정된 수순이 될 수도 있습니다. 과거 보수세력은 지금보다 더 좋은 정치적 환경에서도 유연한 사고를 버리지 않았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7년 대선에서 이념 기반의 반공보수를 버리고 실용 기반의 시장보수를 자처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2012년 대선에서 김종인 영입을 통한 경제민주화와 복지확대 등 과감한 좌클릭을 내세워 집권에 성공했습니다. 보수는 여전히 여론왜곡과 샤이보수를 주장하면서 지방선거 선전을 다짐합니다. 그러나 “글쎄요”입니다.
“노벨상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양보”…문재인의 꿈은 ‘개마고원 트레킹’
급변하는 한반도 지형의 끝은 ‘노벨평화상’입니다. 대한민국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다시 한 번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습니다. 주인공은 문재인 대통령입니다. 인권변호사 출신에 민주화운동 경력은 물론 한반도 평화 중재자라는 실적이 있습니다. 김칫국부터 마신다고 할 수 있지만 전후상황은 유리합니다. 전쟁위기→한반도 해빙→남북·북미정상회담→한반도 비핵화와 종전선언→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이라는 평화로드맵의 설계자이면서 실천가이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선례도 있습니다. 1994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피로 점철된 갈등과 대립의 역사를 종결시킨 아라파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장과 라빈 총리였습니다. 1994년 김영삼·김일성의 남북정상회담이 예측불허의 변수로 무산된 것처럼 북미정상회담 직전에 비슷한 종류의 대형악재만 없다면 문 대통령의 수상 가능성은 사실상 확정적입니다.
관심은 문재인 단독수상이냐 김정은·트럼프와의 공동수상이냐 정도입니다. 물론 그림은 문재인·김정은·트럼프 3명의 공동수상이 가장 좋습니다. 다만 트럼프의 경우 인종차별이나 여성혐오 논란이, 김정은의 경우 북한의 열악한 인권상황이 발목을 잡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노벨상에 관심이 없습니다. 지난달 3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노벨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타고, 우리는 평화만 가져오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노벨상을 양보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꿈은 ‘백두산 트레킹’입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 이후 환송만찬 환영사에서 “오래 전부터 이루지 못한 꿈이 있는데 바로 백두산과 개마고원을 트래킹하는 것입니다. 김 위원장이 그 소원을 꼭 들어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퇴임하면 백두산과 개마고원 여행권 한 장 보내주시겠습니까”라고 말했습니다.
소박해 보이지만 사실 4년여 뒤에 실현될 수도 있는 어마어마한 일들입니다. ‘대통령 문재인’이 아닌 ‘자연인 문재인’이 백두산 트래킹을 한다는 건 일반 국민들도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러한 ‘한반도 평화’가 ‘노벨상 수상’보다 더 좋은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문재인 연출, 김정은·트럼프 주연의 ‘한반도 매트릭스’는 이제 되돌릴 수 없는 길입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