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주택시장은 잔인한 4월

  • 등록 2018-04-20 오전 6:00:00

    수정 2018-04-20 오전 8:06:01

[이데일리 박민 기자] 갭투자자들이 막다른 길에 내몰리고 있다. 전세 세입자의 보증금을 지렛대로 활용해 적은 자본으로 집을 사 시세 차익을 얻으려 했지만, 올 들어 전셋값 하락에 이어 매맷값까지 동반 추락하고 있어서다. 마냥 철옹성일 것 같았던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아파트 매맷값은 지난 9일 전주 대비 0.01% 떨어지며 7개월 만에 처음 하락세로 전환한 데 이어 이번 주에도 0.02%나 떨어졌다. 갭투자의 기반이 되는 전셋값 하락은 이미 지난 2월부터 시작돼 전세금 미반환 우려의 경고등이 진작에 켜진 상태다.

매맷값도 떨어지는 데다 전셋값까지 내리다 보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등장했던 ‘깡통전세’(주택이 경매에 넘어갔을 때 세입자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주택)까지 속출할까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나 SGI서울보증에서 집주인을 대신해 전세보증금 반환을 보장해주는 ‘보험상품’을 운영하고 있어 이를 가입하면 세입자들은 안전하다고 하지만, 이미 주택담보대출이 많아 보험 가입이 어려운 집이거나 이를 알지 못해 가입하지 못한 이들에게만 피해가 불거질까 걱정스럽다.

한 주택시장 전문가는 “깡통전세는 단순히 갭투자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전반에 걸친 문제로 확산할 수 있어 정부 차원의 모니터링과 함께 긴급 전세자금 지원책 등의 방안을 가동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주택정책을 관장하는 국토교통부를 비롯해 비교적 주거정책이 잘 갖춰진 서울시에도 대책 방안에 대해 문의를 해봤지만 아직 아무런 조치도 없다는 허망한 답변만 돌아왔다.

갭투자자에 따른 세입자 피해가 우려되고 있지만, 한쪽에선 주요 분양 단지에 수요자들이 쏠리며 최고 300대 1이 넘는 청약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분양 열기가 뜨겁다. 정부의 일률적인 분양가 규제 탓에 주변 시세보다 값이 싼 이른바 ‘로또 단지’가 나와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하고 있어서다. 규제라는 명분속에 집에 대한 서로 다른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4월은 영국의 어느 시인의 말처럼 ‘잔인한 달’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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