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으로 나온 민주당의 세 가지 고민

  • 등록 2013-08-03 오전 9:20:40

    수정 2013-08-03 오전 9:20:40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민주당이 ‘천막정치’ 나흘째에 돌입한 가운데, 노선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국가정보원 댓글의혹 등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파행을 이유로 거리로 나왔지만, 정국을 헤쳐나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3일 청계광장에서 열리는 ‘국민보고대회’를 1차적인 승부처로 보고 있다.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이 얼마나 큰지를 알려주는 것만이 새누리당을 압박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시민 호응도가 관건…국민전선 확대 고심

민주당은 국민들의 관심과 호응을 이끌어내기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지난 2일 열린 의원총회는 ‘국민과 함께한 의총’이라는 이름으로 개최, 민주당 소속 서울시의원·당직자 뿐만 아니라 일반국민들의 참여도 유도했다. 김한길 대표는 “무소의 뿔처럼 거침없이 나가겠다”며 “민주당은 어려운 시기일수록 일치단결해 투쟁해온 힘이 있다.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위해서 국민과 함께 두려움 없이 전진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홍보전선도 확대해 지난 1일 서울시청 부근에서만 약 30분 가량 진행됐던 의원들의 전단지 배포는 시청 부근은 물론이고 명동 일대로 넓어졌다. 80여명의 의원들 역시 중구난방식 선전에서 벗어나 5개조로 구역별로 나눠져 홍보에 돌입했다. 김 대표도 명동거리로 나가 시민들에게 먼저 다가가 “김한길입니다. 국정원을 개혁하겠습니다”며 전단을 나눠줬다.

그러나 전망이 마냥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특히 먹고 사는 문제로 직결됐던 ‘광우병 쇠고기’라는 이슈와 달리 ‘국정원 개혁’이 얼마만큼 시민들에게 호소력을 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예전처럼 ‘통금’이 있는 것도 아니고 민주주의가 훼손됐다고 하지만 이것을 얼마나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합칠까, 빠질까…그것이 문제

지난 주말 서울광장에서는 2만5000명(주최 측 추산)이 모인 4차 범국민대회가 열렸다. 3일 역시 민주당의 ‘범국민보고대회’ 직후인 7시부터 같은 장소에서 274개 시민단체 모임인 ‘시국회의’ 주최 촛불집회가 열린다. 민주당은 ‘시국회의 촛불집회’의 참가는 어디까지나 의원 개개인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이 이런 ‘미묘한’ 입장을 취한 것은 현 정부에 대한 국민 지지율이 높은 상황에서 대선결과를 불복하는 모습으로 비치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시국회의 촛불집회의 경우, ‘대선 불복종’ 주장이 심심치 않게 나왔고 심지어 ‘하야’라는 구호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과 연대해야 장외투쟁의 동력이 생기고 힘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딜레마다.

◆회군은 언제 어떻게…주말이 ‘분수령’

민주당은 새누리당에 ‘원판김세’(원세훈·김용판·김무성·권영세)의 청문회 증인출석 및 강제동행명령 등 출석을 강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국조가 오는 15일에 끝나기로 예정돼 있어, 여야 협상의 카운트다운이 멀지 않은 상태다. 청문회에 증인·참고인으로서 출석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7일 전 출석요구서를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청래 국정원 국조특위 야당간사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여야 협상의 마지노선은) 물리적으로 오는 5일(일요일)이 될 것 같다”면서 “그때를 넘기면 거의 협상 가능성은 없어진다”고 말했다.

만약 국조가 이대로 파행될 경우, 민주당의 그 다음 목표는 국정원 개혁이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오는 9월 있는 정기국회 개회를 앞두고 민주당의 공세도 수위를 높여갈 가능성이 크다. 9월 정기국회에서는 내년도 예상편성을 위한 예산안 심사와 결산이 이뤄지기 때문에 여당으로서는 하루라도 빠른 처리가 시급한 만큼, 유용한 ‘대여(對與) 압박카드’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제 현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가동된 지 두 달이 넘었으나 예결위는 아직 구성조차 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아직 예산위에 들어가는 의원들의 명단을 제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8월 둘째 주에서 넷째 주 사이에 결산심사소위원회 구성 등 준비작업이 이뤄진다는 것을 생각하면 보기드문 늑장대응인 셈이다.

하지만 국정원 개혁이 ‘뜨뜻미지근’한 타협에 그칠 경우, 민주당이 맞는 역풍 역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장외투쟁을 지지하는 이들의 비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오후 국정원 개혁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김 대표와 만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들도 ‘타협없는 투쟁’을 주문했다. 장유식 변호사는 “국정원 개혁은 대통령이 마음먹고 해야 하는데, 대통령이 스스로 할 리 없으니 국민들의 힘이 모아져야 한다”며 “이 상황에서 국정원 개혁방안을 얘기하는 것은 오히려 ‘물타기’다. 확실하게 싸워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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