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다 부유층이나 참여할 수 있는 게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코스닥 시장엔 500원짜리 동전으로 여러 주를 살 수 있는 종목도 허다하다.
하지만 공통점은 분명히 있다. 현재 경제의 체온을 살필 수 있는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주식이야 쉽게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대관절 골프는 무슨 상관일까?
◇ 경기동향 바로미터..주식과 동행성 높아
국내에는 골프회원권 거래소가 수 십개에 달한다. 전국 각지의 골프회원권이 이곳에서 거래된다. 가격대도 다양하다. 1000만원 미만에서 출발해 10억이 넘는 초고가 회원권도 있다. 일부 거래소에서는 회원권 가격을 지수화해 제공한다.
국세청도 골프인구 증가 추세에 발맞춰 골프회원권 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에 대한 투명한 과세를 위해 기준시가를 정기적으로 고시하고 있다.
골프회원권은 경기상황을 민감하게 반영하는 가격지표로 시중의 자금흐름을 관찰하는 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
실제로 경기선행지수나 주식시장과도 유사한 궤적을 그리며 움직이고 있다. (옆 차트 참조)
그런데 최근 골프회원권 시세는 금리인하로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지난달 이후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회원권 시세는 지난달 들어 상승세를 나타내며 지난해 연말 최저점보다 30% 가량 올랐다.
금리인하로 인해 유동성이 풍부해진 가운데 일부 자금이 부동산이나 주식시장 대신 골프회원권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현균 에이스 골프장 애널리스트는 "골프회원권 시세는 상위 5% 이상의 계층들이 보유한 자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살필 수 있는 중요한 바로미터"라며 "최근 초저금리 상황에서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개인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형성되고 있다"고 풀이했다.
◇ 기업의 재무상황 알려주는 지표
골프장회원권 지수를 눈여겨봐야하는 이유는 사실 따로 있다. 무엇보다 기업들의 자금 사정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원권 시장에서 법인의 보유비중은 40% 정도 수준으로 알려져있다.
지난해 회원권 시세가 급락했던 것은 기업들이 운영자금을 확보하려고 환급성이 뛰어난 회원권을 먼저 처분했던 까닭이었다. 국세청 고시에 따르면 기업들이 주로 보유한 10억원 이상 고가회원권은 41.8%나 급락, 사실상 반토막 수준으로 추락했다.
일반적인 경기하강기에 기업들은 재고조정과 설비가동률 조정을 통해서 대응을 한다. 하지만 경기 하강의 골이 비정상적으로 깊고, 장기화된다면 설비투자 축소나 대규모 자산매각, 감원과 같은 구조조정에 나선다.
과거 일본의 90년대 복합불황 초기에도 골프 회원권이 90% 가량 하락했었다. 당시 일본 기업들은 부동산 보유 비중이 높았으며 자산가격 버블이 꺼지면서 자산매각 첫단계로 회원권을 대거 팔아치운 것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골프회원권 지수는 자산버블 해소기에 기업의 동향과 관련해 주목해야할 특이한 가격지표"라며 "기업의 재무상황이나 경기변동을 비교적 빨리 체크할 수 있는 시그널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기업 구조조정 진행상황 엿볼 수 있는 시금석
골프회원권은 올해 주식시장의 주요한 이슈 하나와 맞물려있다. 바로 기업들의 구조조정이다.
현재 부동산이나 건설, 중소형조선, 한계금융기관 등은 자산버블 시대에 공급과잉이 축적되면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 몰려있다.
이러한 구조조정이 마무리된 국면에야 법인들의 회원권 매수세가 다시 활기를 띨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회원권 시세 상승을 기업들의 재무 상황 개선으로 연결짓기 어렵다. 개인들의 매수세가 주를 이루고 있고, 고가회원권은 반등폭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골프회원권 지수는 기업들이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잘 진행이 되고 있느냐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해서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결국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개선되면서 경기는 바닥을 찍고 고용과 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가능해질 것이다.
그 즈음엔 주식시장에도 본격적인 봄날이 찾아올 것이다. 틈틈이 체크해볼 지표 목록에 골프장회원권 지수를 반드시 포함시켜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