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통화스왑 체결..300억弗 그 이상의 의미

외환보유액 확충..금융시장 안정 기대
해외 부정적 시각 불식
원화 국제화 전기 마련
  • 등록 2008-10-30 오전 8:12:45

    수정 2008-10-30 오전 8:12:45

[이데일리 권소현기자]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세계가 달러 가뭄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미국과 통화스왑계약을 체결하는데 성공했다.

쉽지 않았던 통화스왑계약 체결로 한국은 잠재 외환보유액 300억달러를 확충했고, 이에 따라 외화자금시장을 중심으로 전반적인 금융시장 안정을 꾀할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통화스왑 대상국가라는 점에서 한국에 대한 불신을 불식시키고 대외 신뢰도를 높이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원화가 국제통화로 발돋움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 외환보유액 300억달러 확충

일단 이번 계약으로 외환보유액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9월말 현재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2397억달러 수준이지만 10월 한달동안 외환시장 개입과 달러 유동성 공급으로 상당폭 줄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외환보유액은 외환위기를 막아줄 방패막인 만큼 감소할때마다 불안감도 증폭됐지만 이제 최대 300억달러까지 여유가 생긴 것이다.

한은은 계약을 통해 확보하게 되는 달러 자금을 현재 매주 시행하고 있는 스왑 경쟁입찰 제도를 통해 외국환 은행에 공급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당장 심리적인 안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급개선을 통해 외화자금시장 상황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이날 브리핑에서 "앞으로 기한부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확충되는 효과는 물론이고 앞으로 우리 외환시장을 안정시키는 데에도 상당히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 경제 건실하다`..대외신뢰도 확충

수치상으로는 300억달러만 늘어나는 것이지만 실제 이번 계약이 갖는 상징적 의미는 더 크다. 바로 한국 경제에 대한 대외 신뢰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이 총재는 "이번에 미국이 한국을 포함해 4개국과 통화스왑계약을 체결한 것은 기본적으로 그 나라 경제가 건실하고 잘 관리되고 있는데 미국발 위기에 어려움을 겪어서는 안되겠다는 차원"이라며 "즉, 한국 경제가 건전하고 건실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대상에 우리나라도 포함됐다는 점에서 일단 국제공조에 참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앞으로 주요국 중앙은행과의 공조도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가 가능하다.

전민규 한투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계약은 가용 외환보유액이 300억달러 증가했다는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혹시 한국이 외환 부도 위기를 맞더라도 미국이 막아줄 것이라는 시장의 신뢰가 커진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원화의 국제화 한단계 발돋움

그동안 미국과의 통화스왑계약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던 가장 큰 이유는 원화가 국제적인 통화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이달 중순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원화가 통화스왑 시장에 포함되려면 우선 원화가 국제통화 시장에서 거래돼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결국 통화스왑 계약을 체결했고, 이를 뒤집어 보면 국제통화로서의 원화의 가능성을 충분히 평가받은 것이다.

이광주 한은 부총재보는 "통화스왑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은 우리나라 통화가 믿을만하고 그만큼 우리나라 경제의 기초여건이 건실하다고 봤다는 의미"라며 "우리 원화가 세계 주요 통화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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