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값 폭등에 ''묽은 쥬스'' 전성기?

오렌지과즙 가격 급등..음료업계 50% 미만 ''가벼운 쥬스'' 준비중
  • 등록 2006-11-27 오전 9:00:57

    수정 2006-11-27 오전 9:00:57

[이데일리 이진우기자]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오렌지 농축액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천연과즙 50% 이하의 묽은 쥬스 시장이 다시 커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100% 천연쥬스의 인기가 여전히 높지만 50% 이하 저과즙음료의 판매가 상승추세를 타고 있고 내년 상반기 오렌지 주스 가격이 국제 오렌지 농축액 가격을 반영해서 크게 오를 경우 소비자들의 손길이 다시 묽은 쥬스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쥬스류는 전체 음료시장의 25% 가량 차지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저과즙 음료는 약 40% 가량이다. 그러나 저과즙음료의 매출은 작년보다 19% 가량 늘어나고 있지만 100% 쥬스는 15% 가량 매출이 줄었다.

올해 초 코카콜라는 천연과즙 10% 미닛메이드를 출시했고 해태음료도 모닝오렌지라는 10% 희석과즙음료를 내놨다.

해태음료 관계자는 "레몬과즙 10%를 함유한 레모네이드 매출이 20% 이상 성장하는 등 희석음료 매출이 늘고 있다"며 "학교 매점에서 탄산음료 판매가 줄면서 가격부담이 적은 희석과즙 제품의 매출이 느는 것도 눈에 띈다"고 전했다.
음료업체들도 내년 상반기를 겨냥해 50% 미만의 희석 쥬스 신제품들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0% 쥬스 매출이 감소하는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가격부담이다. 게다가 최근 오렌지 농축액 가격 상승으로 오렌지 주스 가격이 빠르면 연말부터 약 20% 가량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국제 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오렌지 농축액 가격은 최근 1년사이 두 배 가량 올랐다. 뉴욕선물거래소(NYBT)에서 거래되는 오렌지 쥬스 1월물은 최근 16년간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국내 음료업체들도 오렌지 농축액 재고가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어 내년초부터는 비싼 가격의 오렌지 농축액을 들여와야 하는 상황.

최근에는 오렌지 쥬스 가격 상승을 예상한 도매업자들이 오렌지 쥬스 사재기에 나서는 등 이미 오렌지 쥬스 가격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국내로 수입되는 오렌지 농축액은 연간 약 3만톤이며 이 중 2만4000톤이 오렌지주스 1~2위 업체인 롯데칠성과 해태음료가 들여오는 물량. 점유율 1위 업체인 롯데칠성이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 후발업체들도 오렌지 쥬스 가격을 잇따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음료업계 관계자는 "오렌지 농축액 가격 상승분이 내년 상반기에 제품가격에 반영될 경우 오렌지 주스 구입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3000원이 깨질 가능성이 높다"며 "그럴 경우 소비자들이 천연과즙 50% 이하의 저가 쥬스 시장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동안 100% 천연쥬스에 집중해온 음료업계 마케팅의 영향으로 50%이하의 묽은 쥬스는 여전히 '싸구려 제품'이라는 이미지가 남아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과즙 50% 이하 함유 제품을 '물을 타서 만든 묽은 쥬스'보다는 '진하지 않고 가볍게 마시는 웰빙쥬스'의 이미지로 바꾸기 위한 전략을 구상중이다.

음료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렌지 쥬스의 고급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내 시장이 100% 천연쥬스와 냉장쥬스 등 고급제품 중심으로 재편됐지만 선진국에서는 다이어트를 위해 고농축 쥬스를 오히려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며 "대표적인 50% 과즙 제품인 제주감귤 쥬스의 판매가 계속 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내년에는 보다 다양한 저과즙 쥬스 제품이 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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