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PC 산업이 휴대폰, PDA를 이용한 무선 인터넷 확산으로 결국은 성장의 한계에 다다를 것이라는 주장이 있었다. 인터넷 환경이 유선 PC에서 무선 기기로 바뀌고, 인터넷 상에서 윈도와 워드, 엑셀과 같은 작업이 가능해질 경우, PC의 쓸모가 없어지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결국은 인터넷에 접속할 수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대용량의 하드와 램을 장착한 PC가 무슨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특히 국제적인 정보기술(IT) 리서치 기관인 IDC와 데이터퀘스트가 23일 북미 지역에서의 PC 매출 성장세가 둔화됐다는 보고서를 냄에 따라 PC 산업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대두돼, 24일 미국 뉴욕증시에서 델 컴퓨터, 컴팩, 애플, 휴렛 패커드 등이 3.7~11.3% 폭락했다. 25일 미국 뉴욕 증시의 영향을 받아 한국과 일본 등 전 세계의 컴퓨터 주가가 하락했고, 유관 업종인 반도체와 소프트웨어까지 함께 주가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경향은 세계 최대 PC 메이커인 컴팩이 25일 실적을 발표하면서 상당부분 씻겨나갔다. 컴팩은 인수합병을 잘못한 탓에 경영상 곤경을 겪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영국의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선정했을 정도로 덩치는 크지만 문제가 있는 기업의 대명사처럼 됐었다. 한마디로 첨단기술주이면서도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었던 것. 이것을 완전히 반전시킨 것이다.
컴팩은 투자수익 2500만 달러를 제외하고도 주당 21센트의 순이익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작년 같은 기간에는 주당 10센트의 손실을 보았었다. 또 매출도 8% 증가, 101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 대비 총 마진률은 3% 상승한 23.6%를 기록했다. 특히 컴팩은 영업 경비를 3억7800만 달러 감축, 18억 달러까지 줄였다.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컴팩이 4분기 연속해서 적자를 본 PC 비즈니스 분야를 흑자로 바꿔 놓은 것이다. 컴팩의 PC 부문은 33억 달러 매출에 6200만 달러의 영업이익을 냈다.
컴팩의 최고 경영자인 마이클 카펠라스는 "올 하반기에도 두자릿수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이며 목표치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편 데이터퀘스트는 2분기에 미국내 PC 판매가 겨우 12% 증가, 작년 같은 기간의 29% 증가세와 비교할 때 성장속도가 크게 꺾였다고 발표했었으며, IDC는 7% 성장에 그쳤다고 밝혔다.
따라서 컴팩의 수치는 데이터퀘스트나 IDC의 자료와는 상충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페인웨버의 애널리스트인 돈 영은 "IDC와 데이터퀘스트가 또 다시 틀렸다"는 보고서에서 "PC산업의 건강성에 대한 데이터의 질이나 결론이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 조사기관의 데이터는 최종 소비자의 수요가 아닌 공장 주문에 따라 나오기 때문에 현재의 수요 모습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일부는 또 데이터의 왜곡을 지적하기도 한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한 데이터퀘스트의 데이터가 맞다고 하더라도 작년에는 무료 PC 열풍이 불었었기 때문에 그때와 직접 비교하는 것은 실제 상황을 왜곡시킨다는 것. 오히려 무료, 저가 PC 판매는 줄어든 반면 고가 PC는 판매량이 늘었다고 지적한다. 이는 고객들이 점점 더 고성능 PC를 원하고 있기 때문으로 이 때문에 매출이 줄더라도 순이익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FHI 리서치의 대니 램 같은 애널리스트는 미국내 판매 성장속도가 하락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아시아 태평양 지역과 중국 지역에서는 PC 붐을 이루고 있다고 말한다. 램은 "과민 반응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잘못됐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한 해에 60~70% 성장하는 휴대폰 시장 만큼은 안되지만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PC 환경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장이 맞을 지, 인터넷 환경으로 완전히 바뀔 것이라는 오러클이나 썬 마이크로시스템스의 주장이 옳을 지에 대해서는 아직 판단을 유보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