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핀테크 투자사가 보는 핀테크…"트렌드 아닌 필수"

세계 최대 핀테크 전문 투자사 ''안테미스''
마린 카바 시니어투자책임자 인터뷰
"핀테크, 반짝 떴다 지는 트렌드 아냐"
미국&유럽서 투자 러브콜…한국도 관심"
  • 등록 2024-07-04 오후 12:00:00

    수정 2024-07-04 오후 12:00:00

[이데일리 마켓in 김연지 기자] “‘될까?’가 아니라 ‘언제 되느냐’의 문제야.”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세계 최대 글로벌 투자운용사에 다니던 A씨는 이직을 말리는 동료 B씨에게 이같이 말했다. B씨는 당시 핀테크 투자를 위해 벤처업계로 발걸음을 옮기는 A씨에게 “한 번 뜨고 지는 트렌드를 왜 좇느냐”며 A씨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핀테크가 전 세계인의 삶으로 스며든 지금은 어떨까. A씨가 적을 둔 핀테크 전문 투자사는 약 1.5조원의 운용자산을 굴리고 있고, A씨가 몸을 담았던 운용사는 핀테크 투자 부서뿐 아니라 관련 펀드까지 운용 중이다.

금융 서비스의 미래에 투자한다는 목표로 출범한 세계 최대 핀테크 전문 투자사 ‘안테미스’의 마린 카바(Marin Cauvas) 시니어 투자책임자의 이야기다. 이데일리는 최근 출자자(LP) 미팅 등을 위해 한국을 찾은 카바 시니어 투자책임자를 서울시 중구 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핀테크 스타트업 투자에 여전히 기회가 크다”며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영국 최대 핀테크 전문 투자사 ‘안테미스’의 마린 카바 시니어투자책임자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핀테크 산업에 투자 기회가 크다’고 강조했다./사진=안테미스 제공
“삶에 스며든 핀테크…해외서 투자 열풍”

지난 2010년 설립된 안테미스는 영국에 기반을 둔 세계 최대 핀테크 전문 투자사로, 운용자산(AUM)은 지난해 말 기준 11억달러(약 1조 5280억원)에 이른다. 주요 투자 대상은 극초기부터 후기 단계에 이르는 핀테크 스타트업으로, 주요 포트폴리오로는 지난해 미국 핀테크 공룡인 ‘마케타’에 인수된 ‘파워파이낸스’와 영국 기반 비즈니스 뱅킹 챌린저 ‘타이드’, 500억달러의 운용자산을 자랑하는세계 최대 로보어드바이저 ‘베터먼트’, 싱가포르 기반의 방카슈랑스(bancassurance·은행 보험) 스타트업 ‘해비토’ 등이 있다.

이번에 내한한 마린 카바 시니어 투자책임자는 핀테크 분야에 투자하는 해외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며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유로피안 비즈니스 스쿨(European Business School)에서 금융을 전공하고, 영국 3대 경영대학인 카스 경영대학원(CASS Business School)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자본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는 2011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에서 대체투자 부문을 담당했고, 리버럼캐피탈과 산탄데르 이노벤처스를 거쳐 지난 2018년 안테미스에 투자 파트너로 합류했다.

블랙록에서 대체투자 부문을 담당하다가 핀테크로 눈을 돌린 이유를 묻자 그는 “투자 사이드에서 바라본 핀테크는 ‘반짝’하고 가시는 트렌드가 아니었다”며 “당시만 해도 전통은행과 금융사, 운용사들은 기존 금융업에 기술을 곁들일 경우, 소비자에게 보다 효율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공감대가 세계적으로 형성되는 사이 핀테크 산업이 급격히 성장했고, 이는 어느새 사람들의 삶에 스며들었다”며 “이젠 세계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유럽에서의 투자 열기가 뜨겁다고 강조했다. 카바 시니어 투자책임자는 “전 세계에서 핀테크 부문에 투자하는 비중이 가장 큰 곳은 미국(40%)이고, 유럽은 31% 수준으로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며 “과거 영국은 세계 최고의 금융 중심지라는 명성에 걸맞게 유럽의 핀테크 혁신을 이끌었으나, 브렉시트를 비롯한 지정학적 사건들로 프랑스와 독일도 빠르게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럽 전역에 걸쳐 금융혁신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라며 “이에 따라 관련 투자 기회가 늘어나고 있고, 이는 전 세계에서 유입되는 탄탄한 자본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미국과 유럽 기업들이 핀테크 스타트업을 줄줄이 인수하는 것은 이러한 시장 분위기를 증명한다. 대표적으로 미국 핀테크 기업 마케타는 지난해 핀테크 스타트업 ‘파워파이낸스’를 3300억원대에 인수했다. 파워파이낸스는 신규 신용카드를 출시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신용카드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으로, 기업들은 마케타의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 맞춤형 신용카드를 손쉽게 출시할 수 있다. 마케타는 나날이 커지는 미국의 결제 시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파워파이낸스를 품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에 기대감 커…협업 늘릴 것”

카바 시니어 투자책임자가 한국을 찾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한국 시장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동시 잠재적 LP와 파트너사, 투자처를 발굴하기 위해 왔다”며 “한국의 금융 서비스 시장은 기술력과 꾸준한 금융 규제 개혁 노력을 바탕으로 지난 몇 년간 크게 발전했다. 시장의 다양한 플레이어들과 협업 지점을 늘려 안테미스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대기업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한국의 한화그룹은 지난 2016년부터 안테미스의 LP로 참여해왔다”며 “한화는 핀테크 산업이 떠오르기 훨씬 이전부터 이 산업의 트렌드를 발 빠르게 캐치한 몇 안되는 기업으로, 안테미스에게 중요한 LP”라고 말했다.

그는 핀테크 산업이 장·단기 수익률을 기대하기에도 적합한 산업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카바 시니어투자책임자는 “어떤 단계에 투자하느냐에 따라 회수성과가 다르겠지만, 극적인 예로는 안테미스가 초기 투자한 파워파이낸스가 있다”며 “파워파이낸스는 설립 3년 만에 마케타에 인수됐고, 우리는 18개월 만에 투자금을 성공적으로 회수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럽에서는 전략적 투자자들이 주도하는 M&A가 증가하면서 유동성이 늘기 시작했다”며 “그런 와중 금융기관뿐 아니라 비금융 기관들이 핀테크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M&A나 투자를 유치하기에 좋은 위치에 있는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안테미스의 트랙레코드는 카바 시니어투자책임자의 이러한 발언을 뒷받침한다. 안테미스가 투자했던 ‘클라이밋코퍼레이션’은 세계 최대 종자회사인 몬산토에 약 9억 3000만달러에 M&A됐고, 또 다른 포트폴리오인 ‘커런시클라우드’는 비자에 최근 매각됐다.

한편 안테미스는 오는 12월 미국과 영국, 유럽의 후기 단계 핀테크 스타트업 투자를 위한 ‘안테미스 벤처 그로스펀드 1호’를 1차 결성하는 동시 ‘안테미스 벤처펀드 3호’ 또한 마감할 예정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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