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시장이 바라던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한미 금리 역전폭이 2%포인트로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6개월 이상 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 연준 “서두르지 않지만 올해 어느 시점엔 금리 인하”
연준은 우리나라 시각으로 1일 새벽 3시께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 정책금리를 연 5.25~5.5%로 동결했다고 밝혔다. 작년 7월 25bp(1bp=0.01%포인트) 인상 이후 네 번 연속 동결이다.
연준은 성명서에서 ‘향후 인플레이션을 2%로 회복하는 데 적절한 추가 정책 긴축 범위를 결정할 때 통화정책의 누적적 긴축, 통화정책이 경제활동과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시차, 경제 및 금융상황 등을 고려할 것’이라는 문구를 삭제했다. 명시적으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닫은 것이다.
이에 따라 3월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졌다. CME페드워치에 따르면 3월 금리 인하 확률은 38%로 하루 전(41%)보다 축소됐다. 그 대신 5월 금리 인하 확률은 92% 수준으로 전날(85%)보다 더 상승했다. 파월 의장도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경제가 예상대로 전반적으로 발전한다면 올해 어느 시점에 정책금리를 낮추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1월 FOMC회의를 계기로 연준과 시장간 금리 인하 시점을 둘러싼 시각차를 좁혀질 가능성이 높지만 인하폭에 대해선 여전히 격차가 존재한다. 연말 금리 수준이 3.75~4%일 것으로 보는 확률은 40%로 하루 전(33%)보다 높아졌다. 연내 여섯 차례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은 여전한 것이다. 연준은 12월 금리 점도표에서 연내 세 차례 인하를 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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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은도, 연준도 메시지는 동일
연준이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차단하되 연내 어느 시점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한은의 메시지와 유사하다. 한은도 1월 11일 통화정책회의를 통해 총재를 제외한 5명의 금통위원 모두 3개월내 최종금리가 3.5%로 전망했다는 ‘구두 포워드가이던스’를 제시하고 통화정책방향에서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 판단’ 문구를 삭제했다.
이에 따라 연준과 한은 모두 금리를 언제 내릴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진다. 연준이 2분기께 금리를 인하하고 한은이 3분기께 금리를 내리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으로 좁혀지고 있다. 연준은 5월 금리 인하 확률이 커지고 있고, 한은은 상반기 금리 인하가 어렵다는 메시지를 던졌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1월 통화정책회의 기자회견에서 “6개월 이상은 금리 인하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관건은 양국 중앙은행이 물가안정 신호에 얼마나 확신을 갖게 될 것인가다. 주요국 물가가 ‘라스트마일(last mile)’단계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라스트 마일은 기저효과로 물가상승률이 안정돼 있지만 가격조정 모멘텀과 물가상승 재발 위험이 상존한 상황을 의미한다. 미국은 작년 12월 에너지 및 식료품 제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전년동월비 2.9% 상승해 2년 9개월 만에 2%대를 나타내고 우리나라 역시 이데일리가 7명의 전문가를 설문조사한 결과 1월 물가상승률이 2.8%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옴에도 물가안정을 확신하지 못하는 이유다.
물가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국제유가가 지난달 5~6% 가량 상승해 작년 9월 이후 처음으로 월간 기준 상승세로 전환되는 등 물가불안 요인이 잔존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유류세 인하 종료, 전기·가스 요금 인상이 가져 올 파장도 예의주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