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후 8시께 서울 강서구의 등촌사거리에서 만난 신모(66)씨는 이같이 말했다. 이 근처에서 자영업을 하는 그는 인도를 걷다가 갑자기 나타나는 배달 오토바이에 놀라서 멈춘 적이 여러 번 있다고 말했다. 신씨는 “자전거 같은 물체가 앞에서 다가오면 대비라도 할 수 있는데 뒤에서 나타나면 대처하기가 어렵다”며 “우리 같은 나이 든 사람들은 아무래도 신체적으로 반응이 늦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노인 보행자 교통사고 ‘오름세’
|
인도에서 자전거 등으로부터 위협을 당하는 것은 직장인, 학생 등 일반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신씨처럼 신속한 판단과 기민한 대처가 어려운 노인과 어린이들이 더 큰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다.
11일 도로교통공단의 교통사고분석 시스템에 따르면 노인 보행자의 교통사고는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기준 3만 5312건을 기록한 뒤 2021년 3만 4907건으로 줄었으나, 지난해 3만 5914건으로 다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부상자도 매년 약 4만명에 달하고, 사망자 수도 1300명 안팎에서 큰 변화 없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보다 지방에서 노인 보행의 위험성이 두드러졌다. 실제 도로교통공단 내 교통사고분석 시스템에 집계된 노인 보행 교통사고 건수와 사망자 수를 토대로 치사율을 구해본 결과, 서울은 3.5명(2022년 기준)인 반면, 전북은 10명, 충남 9.4명, 경남 8.2명, 강원 7.2명 등으로 집계됐다.
치사율이란 노인 보행 교통사고 100건당 사망자 수가 얼마인지를 알 수 있는 수치다. 예컨대 치사율 10명인 전북의 경우 노인 보행 교통사고 100건이 일어나면 10명이 사망한다는 의미다. 즉, 서울과 지방의 노인 교통사고 위험도의 격차가 세배 가량 크다는 것이다.
정부가 시골길 등 노인의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노인보호구역’(실버존)을 곳곳에 설치하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연이은 사고에도 스쿨존 내 사고 여전
|
제한속도가 시속 30㎞로 돼 있는 스쿨존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스쿨존 내 사고 건수는 2018년 기준 435건에서 지난해 514건을 기록하며 오름세다. 같은 기간 사망자 수는 꾸준히 5명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서울 종로에 거주하는 초등학생 학부모인 김인숙(39)씨는 “스쿨존에서 (차들이) 30km를 안 지킬 뿐만 아니라 유턴할 때도 빨리 지나간다”며 “자식이 고학년이어도 위험하다”며 고개를 저었다. 직장인 박의형(56)씨도 “(스쿨 존에서)우회전할 때 차들이 일시 정지를 안 한다”며 “대부분 속도계가 있는 곳에서만 속도가 줄이고, 사이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는 배달 오토바이도 너무 많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