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非이재명)계를 중심으로 고개를 드는 ‘질서있는 퇴진론’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한편 이 대표 측은 대표직과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긋는 분위기입니다. 당내 의원들은 이 대표의 ‘애매한’ 발언에 총선을 1년여 앞둔 상황에서 분명한 결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이 대표는 내홍 봉합을 위해 우선 인적 쇄신을 검토하고 있지만 거세지는 퇴진 요구를 막기에는 버거운 모양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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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지난 16일 의원총회에서 “총선에서 지면 당이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내 정치 인생도 끝난다는 것을 잘 안다”며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어떤 일도 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전해졌습니다. 이번 의총은 국회 본회의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의 ‘대거 이탈표’가 발생했던 지난달 27일 이후 처음 열리는 것인 만큼 이 대표가 사태에 대해 직접 처음 입장을 밝힌 것인데요.
자신을 겨냥한 거취에 대해 당 내홍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당내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됩니다. 이 대표의 발언을 두고 한 비명계 의원은 “의원들 달래기에 나선 것 같은데 그래서 사퇴를 하겠다는 것인지 아닌지 분명한 견해를 밝히지 않은 탓에 혼란만 가중됐다”고 전했습니다.
반대로 친명계 의원 상당수는 비명계의 이른 퇴진 요구에 “당을 가를 셈이냐”며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한 친명계 의원은 “당을 정말 위한다는 의원이라면 이렇게 쉽게 이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지 못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김두관 의원도 지난 1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질서 있는 퇴진론은 대대손손 기득권을 누리겠다는 정치인들의 야합하고 담합이다. 당이 어디로 가든 자기 공천만 보장받으면 그만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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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비명계 일각에서도 이 대표 거취를 논하기 이르다며 연말 ‘질서있는 퇴진론’을 주장하기도 합니다. 이 대표 사퇴 후 조기 전당대회는 피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인데요.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 대표 궐위 시 2개월 이내에 전당대회를 열어 새 대표를 선출해야 합니다. 비명계 입장에선 조기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 번 강성 친명계로 지도부로 맞아선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즉, 늦은 퇴진을 통해 지난 2015년 당시 당 대표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례를 따라 비상대책위를 꾸려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당시 분란이 극심해지자 문 전 대통령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당을 맡긴 바 있죠.
그러나 이 대표 측은 아직 사퇴에 대해 구체적인 고민 단계는 아니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습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이 대표의 발언은 총선에 운명을 걸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일뿐 대표직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일축했습니다.
이 대표 거취의 결정이 길어지기에 당 지도부는 우선 ‘인적 쇄신’을 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당 지도부는 사무총장을 뺀 소폭 당직 개편에 뜻을 모으고 있지만 비명계 의원들은 사무총장을 포함한 임명직 최고위원 모두 개편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당내 최대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도 지난 15일 이 대표를 만나 전면적 인적 쇄신을 요구했죠. 이 대표 성향 일색인 지도부만으로는 진정한 원팀을 이룰 수 없다는 뜻입니다. 이 대표의 선택이 ‘선사후당’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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