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호재에 주가 우상향...팬젠, 내년 5000억 시장 노린다

EPO 바이오시밀러 필리핀 허가에 주가 연일 상승
하지만 일각서 바이오시밀러 판매 부진 우려
세계 두 번째 EPO 바이오시밀러 개발, 고용량 전략
내년 5000억 시장 진출, 시장 점유율 10% 목표
  • 등록 2022-11-02 오전 8:28:20

    수정 2022-11-02 오전 8:28:20

[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바이오의약품 전문기업 팬젠의 주가가 연일 상승세다. 자체 개발한 빈혈치료제(EPO)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필리핀 품목허가 소식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작은 시장 규모에 비해 지나친 기대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팬젠은 내년 필리핀뿐만 아니라 베트남, 터키 등 여러 국가에서 승부수를 던질 계획인 만큼 지켜볼 필요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1일 투자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팬젠의 주가가 심상치 않다. 지난달 24일 5990원으로 출발한 주가는 다음날 6000원에 안착했고, 4거래일 연속 상승하면서 28일 7570원까지 올랐다. 10월 마지막 날인 31일 150원 하락하면 잠깐 주춤했지만, 다음날인 1일 다시 반등에 성공하면서 종가는 220원 오른 7640원으로 집계됐다. 1주일새 주가가 약 27.3% 상승한 것이다.

업계는 팬젠의 주가 상승에 바이오시밀러 필리핀 품목허가 획득이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팬젠은 10월 25일 빈혈치료제 바이오시밀러 ‘에리사 2000IU’ 필리핀 품목허가 소식을 공시로 발표했고, 이후 주가가 상승세를 탔다.

필리핀 540억 시장...일각선 판매 부진 우려도

이번에 필리핀서 품목허가를 받은 제품은 만성신부전 환자의 빈혈치료제로 팬젠이 자체 개발한 EPO 바이오시밀러(성분명 에포에틴 알파)다. 팬젠이 에포에틴 알파 성분 EPO 제품으로는 세계 두 번째로 개발했고, 국내에서는 최초 바이오시밀러다. 오리지널 제품은 글로벌 제약사 암젠이 30년전 개발한 ‘에포젠’이다.

팬젠 관계자는 “필리핀 EPO 의약품 시장은 약 540억원 규모다. 오리지널 제품과 임시 승인 제품들이 판매 중이다. 오리지널은 가격이 비싸고, 임시 승인 제품은 품질 문제가 있다”며 “오리지널과 동등한 효과에 가격 경쟁력을 갖고 있어 출시되면 점유율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필리핀 시장만 바라보기에는 의미있는 실적 향상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같은 제품이 말레이시아(2019년 3월)와 한국(2020년 2월)에서 출시됐지만 매출 증가는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2020년 EPO 바이오시밀러 매출은 약 35억원이었고, 2021년 약 36억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까지 매출은 약 13억원으로 전년동기(약 17억원) 대비 약 24% 감소했다. 말레이시아와 한국 시장 규모는 각각 약 400억원, 약 920억원이다.

팬젠 관계자는 “말레이시아의 경우 현지 기업인 듀오파마(Duopharma) 바이오텍이 판매를 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실제 시장 점유율은 30% 정도지만, 매출은 그에 비례해서 나오지는 않는 상황”이라며 “출시 초기인데다 관련 매출이 좀 줄었지만 기존 완제 형태로 공급하던 것을 이제 완제 전 중간 단계 형태로 공급해 이윤이 많이 남게 될 것이다.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올해보단 내년, 5000억 시장서 500억 매출 도전

업계와 팬젠은 올해보다는 내년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 말레이시아, 한국에 이어 해외 다수 국가 진출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팬젠은 지난 2021년 6월 터키 VEM사에 300만 달러 규모 바이오시밀러 EPO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계약으로 팬젠은 EPO 바이오시밀러 원액을 수출해 수익을 창출하고, VEM사의 자체 생산 제품 출시로 10년간 로열티를 받게 된다. 터키 시장은 약 55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터키 외에도 팬젠은 베트남, 태국, 사우디 등의 국가 진출도 상당 부분 진척됐다. 회사 관계자는 “내년에는 터키 시장을 비롯해 필리핀, 베트남, 사우디, 태국 등의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라며 “이를 위해 현지 파트너사들과 판권 계약을 체결했거나 체결 예정”이라고 말했다. 태국의 경우 에스 샤론(S.Charoen)사, 사우디아라비아 및 GCC 5개국은 사우디 백스(Saudi Vax)사, 베트남은 크엉 듀이 파마(Khuong Duy Pharma)사와 판권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특히 팬젠이 진출한 한국, 말레이시아와 내년 진출 예정인 터키, 필리핀(약 540억원), 태국(약 1300억원), 사우디 및 GCC 국가(약 1500억원) 등의 총 시장 규모는 약 5000억원에 달한다. 새로운 시장 진입과 기존 시장에서 고용량 제품 신규 투입으로 팬젠은 최소 10% 시장 점유율을 기대하고 있다. 이 목표가 달성될 경우 약 500억원 규모 매출이 가능해 지난해 매출액 80억원을 훨씬 상회할 전망이다.

팬젠 관계자는 “한국 시장의 경우 2000IU와 4000IU제품이 처방되고 있다. 이를 고용량으로 늘려 효과가 좋은 6000IU와 8000IU 제품을 승인 받아 내년에 투입할 예정이다. 고용량 제품을 통해 시장점유율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내년 태국과 사우디 등 새롭게 진입하는 시장과 기존 진출 시장을 더하면 총 5000억원 규모 시장에 진출하는 효과가 있다”며 “동남아 시장은 오리지널 외에도 임시로 승인받은 제품들이 있는데, 최근 품질 등 GMP에 대한 기준이 엄격해서 오리지널과 효과가 동등하고 품질이 좋은 바이오시밀러 선호도가 높다. 세계 두 번째 EPO 시밀러인 만큼 전체 시장의 약 10% 점유율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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