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월드컵 개막을 20여일 앞둔 카타르 정부가 수도 도하 등 인근 아파트에 머물고 있던 외국인 노동자 수천명을 강제 퇴거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제 퇴거된 대부분의 아파트가 월드컵 관광객 숙소와 인접해 있어 월드컵을 위해 강제 퇴거를 진행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 카타르의 수도 도하에 있는 월드컵 방문자들을 위한 숙소 시설. (사진=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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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카타르 정부는 도하의 알만수라 지역 한 건물에 사는 주민들에게 2시간 안에 집을 비우라고 통보한 뒤 강제 퇴거를 진행했다. 퇴거된 노동자 대부분은 주로 운전·일일 노동을 종사해온 자들로 알려졌다. 이들이 퇴거당한 지역에는 10동 이상 건물이 비어있고 일부는 전기가 차돤됐다.
이들은 강제 퇴거 당한 뒤 근처 지역에서 노숙을 하는 등 힘겹게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이들이 퇴거당한 지역은 대부분 카타르 정부가 월드컵 방문자들에게 숙소를 대여해주고 한 지역 인근이다. 실제로 월드컵 조직위원회 홈페이지에는 알만수라 지역 아파트를 하루 최소 240달러에서 최대 420달러(34만~60만원)에 임대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이러한 논란에 카타르 정부는 도시 개편작업이라고 해명했다. 카타르 정부의 한 관리는 “강제 퇴거는 오랫동안 진행해왔던 종합 도하 지역 개편작업의 일환”이라며 “월드컵과 무관하다”고 말했다. 강제 퇴거된 이들 모두 인근 숙소에 재수용되고 있으며 퇴거 요구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인구의 85%가 외국인 노동자로 구성된 카타르는 이들에 대한 부당한 처우 등으로 인해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아 왔다. 최근 호주 축구 국가대표 선수단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