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바뀌었다…물가·금리 정점 찍어도 빠르게 못 내려와"

`국내 1세대 채권분석 구루` 김일구 한화증권 상무 인터뷰
"연준, 샤워실의 바보처럼 후행적으로 왔다갔다 않을 것"
"가계빚 이자부담 감당수준…한은 통화정책도 계속 갈 것"
"장기금리 더 오를 여지 남아…10년물 3%후반~4%까지"
  • 등록 2022-06-14 오전 7:53:06

    수정 2022-06-14 오전 8:00:04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미국에서 5월이 아닌 6월에 물가가 정점을 찍는다고 해도 빠르게 내려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국내 시장에서의 장기금리도 마찬가지로 더 뛸 것이고, 정점을 찍어도 내려오기 쉽지 않을 겁니다. 거대한 인플레이션 국면이 시작됐고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그동안의 금리 레벨(절대수준)에 대한 생각도 바뀌어야 할 상황인 것이죠.”

김일구 상무


국내 1세대 채권 애널리스트로 이름을 날렸던 `채권 구루`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상무는 지난 13일 저녁 이데일리와의 유선 인터뷰에서 “채권시장 참가자 모두가 대책이 없는 상황인 것 같다”며 이 같이 전망했다.

그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나 국내 한국은행 모두 경제나 시장 상황을 봐가면서 정책에 속도 조절을 하겠지만, 정책은 일관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봤다. 또 기본적으로 시장은 경제 펀더멘털을 따라갈 것이라며 `시장이 언제쯤 예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인가`를 생각하기 보단 `달라진 시장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할 것임을 우회적으로 시사했다.

다음은 김일구 상무와의 일문일답.

-채권시장이 아주 혼란스럽다.

△다들 대책이 없는 상황인 것 같다. 한국은행이 통안채 발행규모를 축소한다고 얘기하는 것 정도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거대한 인플레이션 국면이 시작됐고, 미국 소비자물가가 정점을 지나면서 진정되겠지 했던 생각이 무너지고 있으니 말이다. 이러다 보니 투자자들은 다시 옛날과 같은 금리 수준은 오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을 하고 있다.

-미국 물가 정점론이 깨졌다.

△물가라는 게 영원히 올라갈 순 없다. 어느 시점이 되면 정점이 오고, 그 이후로 서서히 내려가는 건 당연한 일이다. 다만 (물가 상승률이) 어느 수준까지 내려갈 수 있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5월 정점론이 깨졌지만 6월엔 상승률이 내려갈 수도 있다. 그러나 6월에 내려온 들 얼마나 내려갈 수 있을지 다들 의구심이 생긴 것 같다. 연초만 해도 중고차를 비롯해 교통쪽에서 물가 상승세를 주도했지만, 지금은 음식료와 임대료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던 개인서비스도 올라갈 조짐이다. 가격이 뛸 것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8%대인 물가 상승률이 어느 정도까지 내려갈까.

△유가는 자연스레 내려오겠지만, 큰 폭으로 떨어질 것 같지 않다. 산유량이 문제인데 러시아나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으려 하는 것 같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 기준으로 대충 4~5%선에서 막혀 더 내려올 수 없을 것 같다. 이 정도 물가 상승률이 내년 이 맘때까지 계속된다면 적정 시장금리가 어느 수준이어야 할 지 다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연준이 빅스텝을 계속 밟을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연준이 경기를 고려하긴 할테지만, (냉온탕을 오가는) `샤워실의 바보`처럼 후행적으로 왔다 갔다 하진 않을 것이다. 또한 시장금리가 꼭 연준의 통화정책에 따라서만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다만 지금 시장은 계산이 서지 않는 장이다. 세상이 바뀌고 있는 것이니 금리 레벨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다.

-시장에선 당국이 안정책을 내놓길 바란다.

△글쎄. 정책당국 입장에서도 단기간에 금리가 가파르게 올라가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속도 조절을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장에서도 당국이 무엇이라도 해주길 바라는 것이고. 그러나 종국엔 우리 시장금리도 미국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수급이 펀더멘털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게 시장이다. 물가를 끌어 올린 원인이 진정되기를 바랄 뿐이다. 다만 부담스러운 건 최근의 물가 상승압력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외에도 만연돼 있다는 점이다.

-시장금리가 너무 뛰면 가계부채 상환 문제가 생길 수 있지 않나.

△최근 데이터는 보지 못했지만, 작년과 재작년에 은행 대출을 많이 받아간 사람들은 생각보다 소득이나 자산이 괜찮은 쪽이 많았다. 이들은 이자부담이 늘어도 대체로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자영업자 등에서 한계차주들이 꽤 있는 건 맞지만, 금융시스템에 문제를 일으킬 만큼 한계차주가 많은 건 아닌 것 같다. 한은도 마이크로데이터를 살피면서 정책을 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국내 차주들이 감내할 수 있는 금리 수준은 생각보다 높은 것 같다. 한계차주가 너무 많이 늘어 돌이킬 수 없는 수준이 된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감당할 수 있다고 보고 정책도 가는 것이다. 최근 은행들이 신용대출 확대까지 추진한다고 하는데, 그 만큼 건전한 차주도 많다는 얘기다. 또한 한계차주 문제는 금리로 해결할 수 없다. 은행이 충당금을 쌓고 정부가 재정 지원을 해야 하는 영역이다. 결국 금리 정책의 판단은 경제환경에 따라 가는 것이다.

-연내 한은 기준금리 인상 전망은 상향 조정했나.

△다들 갑작스럽게 기준금리 전망을 대폭 올리는 분위기다. 우리는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2.25%로 전망하고 있었는데, 한은이 올해 기준금리를 더 올릴 수도 있겠다고 보고 조정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일단 다음 금융통화위원회를 한 번 더 보고 판단할 생각이다. 한은 입장에서는 기대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좀 더 선제적으로 움직일 순 있지만, 금리정책으로 물가에 선제 대응할 여지는 많진 않다고 본다. 또한 시장이 너무 불안해하면 한은도 시장을 진정시키는 발언이나 행동을 할 수도 있다.

-시장금리는 더 오를까. 이제 채권을 사야 할 시점은 아닌가.

△장기금리는 아직 조금 더 오를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다고 본다.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3.65%까지 와 있는데, 3%대 후반이나 4% 근방까지는 갈 것 같다. 물가 등 여건을 생각해 보면 이 정도에서 멈출 일은 아닌 것 같다. 문제는 과거처럼 금리가 이렇게 고점을 찍으면 내려와야 하는데, 지금은 금리가 고점 봤다고 쉽사리 내려올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3%대 후반 정도가 중립적인 금리 수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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