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이 답이다]"세대갈등, 경제 원인…연공서열부터 깨야"

[상쟁 아닌 상생]③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인터뷰
"MZ세대, 기성세대와 살아온 경제환경 달라"
"나중 위한 희생보단 현재의 보상 원해"
"아직 세대전쟁까진 아냐…노동시장 개혁으로 풀어야"
  • 등록 2022-01-01 오전 8:20:00

    수정 2022-01-02 오전 11:18:16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기성세대와 MZ세대의 갈등 양상은 과거와 다르다. 문화적 차이 아닌 경제적인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성세대와 MZ세대간 갈등의 원인을 ‘경제 문제’로 봤다. 과거엔 세대간 갈등이 ‘요즘 애들 버릇없다’는 식의 문화적인 차이에 가까웠다면 최근엔 경제적 상황에 따른 입장차로 벌어지면서 시간이 해결해줄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단 진단이다. 원인이 경제문제인 만큼 해결책도 경제적인 관점에서 찾아야 한다고 짚었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지난 2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집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이용성 기자)
◇“MZ, ‘회사생활 충실하면 나중 보상’ 안 믿어”


장 교수는 지난 2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집무실에서 가진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기성세대와 MZ세대가 살아온 경제 구조와 노동 환경이 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불통을 넘어 골이 깊은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에 따르면 현재 ‘기득권’이 된 기성세대들은 대한민국이 괄목할 경제성장을 이루던 때에 노동시장에 뛰어들었다.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자신을 희생하면 승진과 임금 인상 등 보상을 기대할 수 있었고 실제로 보상을 받았던 세대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태어나 아직 사회 초년생 격인 MZ세대는 어린시절부터 나라 안팎의 경제위기를 보고 겪었고, 현재는 경제침체와 고용불안 등 과거와 전혀 다른 환경에 놓여 있다. 장 교수는 “MZ세대의 생애를 돌아보면 어릴 적 IMF(국제통화기금) 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지속된 위기에서 자랐다. 부모가 조직에 헌신을 하다 대가를 받지 못하는 모습도 직접 본 세대”라며 “회사생활에 충실하면 보상을 받는다는 ‘장기적인 전망’을 학습할 여건이나 기회가 없었다”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MZ세대는 ‘현재’에 방점을 찍고 지금 당장 공정한 경쟁 속 정당한 보상을 바라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이다. 장 교수는 “MZ세대들은 미래가 불안하니 지금 나의 능력에 걸맞는 정당한 보상을 원한다”며 “하지만 실제로는 자신보다 덜 일하는 것처럼 보이는 상사들이 연공서열에 따라 승진하고 급여를 더 많이 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불만과 갈등이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나중의 보상을 기대해 과로, 야근으로 희생하기보단 여가나 취미생활 등 개인생활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장 교수는 부연했다.

“세대갈등, 기업 경영성과에도 영향…노동문화 바꿔야”

세대갈등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수치로 확인된다. 지난 11월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기업 373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한 기업의 절반 이상인 60.6%가 ‘임직원 간 세대갈등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 기업 5곳 중 2곳(39.9%)에선 세대 갈등으로 퇴사한 직원이 있었는데, 이 중 84.6%가 MZ세대였다. 응답 기업의 98.2%는 세대갈등이 조직문화나 경영성과에 영향을 끼친다고 응답했다. 세대갈등이 사회적 비용을 낳고 있단 방증이다.

장 교수는 기성세대와 MZ세대간 갈등을 풀기 위해선 노동시장 전반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연공서열부터 짚었다. 장 교수는 “연공서열이 유지되는 곳에선 젊은 세대가 만족할 업무 환경을 줄 수 없다”며 “연공서열, 호봉제를 없애려면 근본적으로 노동시장 개혁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세대갈등이 ‘세대전쟁’으로까지 진행되진 않았다는 점은 아직 희망적이다. 장 교수는 “‘세대전쟁’은 한 세대가 다른 세대의 몫을 빼앗고, 다른 세대는 자기 것을 지키려고 할 때 나타난다”며 “정치권을 비롯해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사회적 합의를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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