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새마을금고중앙회는 10월 부동산 PF대출 축소를 골자로 한 ‘거액대출 취급기준 강화’ 공문을 일선 새마을금고에 전달했다. 새마을금고는 공동대출 차주별 취급 한도를 ‘1000억원 이내’에서 500억원으로 축소하고 관리형 토지신탁 사업비 대출 취급 한도도 600억원으로 줄였다.
그동안 부동산PF 시장에서 큰손 역할을 해왔던 새마을금고가 한도 축소에 나서면서 시장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다른 큰손 역할을 하는 캐피탈업체들도 부실 PF사업장을 들여다보기 시작했고 농협, 신협 등도 부동산 PF대출 축소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증권업계도 소리 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부 부동산 딜의 자금 조달 시기를 내년 초로 연기하는 한편 새마을금고 등 기존 선순위 기관 외에 다른 자금 조달처를 물색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역대급 유동성이 풀리며 국내 부동산PF 대출시장은 몇 년 사이 기하급수적으로 몸을 불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권의 부동산 PF대출 규모는 2016년 47조원에서 2018년 61조7000억원, 지난해 88조5000억원으로 몸집을 불렸다. 4년 사이 약 2배가 된 셈이다. 증권사뿐만 아니라 제1·2금융권 모두 앞다퉈 뛰어들었다.
여기에 국내에서는 최근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금융권으로 번지면서 부동산 PF 경색의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통상 대규모 부동산 개발 사업에는 증권사나 은행, 보험회사 등 금융회사들이 포함돼 컨소시엄이 구성된다. 대출과 투자자 모집 등을 통한 자금 조달을 위해서다.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논란과 관련해 굵직한 금융사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나은행의 경우, 2015년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신생 자산관리회사(AMC)인 ‘화천대유’와 함께 컨소시엄을 꾸리고 시행사 ‘성남의뜰’을 만들었다. 성남의뜰은 대장동 사업을 위해 꾸린 일회성 특수목적금융투자회사(PFV)로 국민은행·기업은행·동양생명보험·하나자산신탁 등이 참여했다. 성남의뜰은 성남도시개발공사와 하나은행 등 금융회사가 고정된 배당을 받는 우선주를 받고, 화천대유와 SK증권의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참여한 천화동인 1~7호 회사가 보통주를 취득한 구조를 갖고 있다. 우선주는 93%, 보통주는 7%다. 천화동인 1~7호는 유동규, 김만배, 남욱 등 개인들이다. 이익 대부분이 보통주를 가진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7호가 받는 구조였다.
SRE자문위원은 “증권·금융 쪽은 그나마 낫다”면서 “위드코로나가 가시화하는 만큼, 그동안 멈췄던 해외 부동산으로 다시 눈을 돌리면 되기 때문이다. 대체제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건설업체들은 자칫 PF사업 자금조달이나 인허가 등에 애를 먹으며 일부 민간 딜 위주의 부동산PF는 전면 중단할 가능성도 불거지는 상황이다.
SRE자문위원은 “국민 정서상 대장동 사태에 대해 예민할 수밖에 없고 관련 없는 부동산 PF 딜도 연기되거나 제동걸릴 가능성이 있다”면서 “금융권은 재건축·재개발 등 대규모 부동산 개발사업에 참여할 때 더 신중해지고 건설사들의 움직임도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32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 책자에 게재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