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현 과학칼럼]무시무시한 유전자 드라이브 기술, 마음먹으면 모기 멸종도 가능

박종현 과학칼럼 13편. 유전자 드라이브 기술
"유전자 가위 이용해 모기 유전자 조작 가능"
"불임 유전자 후세대 전달돼 결국엔 멸종"
기술로 해충 멸종시킬 수 있지만 생태계 교란 위험↑
  • 등록 2021-09-04 오전 9:52:41

    수정 2021-09-04 오전 9:53:09

과학지식을 그저 알기만 하고, 실생활에 사용해보지 못한다면 너무 아깝지 않은가. 본 칼럼을 통해서, 과학지식을 우리가 어떻게 실생활에 편리하게 적용할 수 있는지 알려주고자 한다.

박종현 과학커뮤니케이터는 ‘생명과학을 쉽게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과학을 쉽게 썼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등 과학 교양서를 저술했다.


[박종현 과학커뮤니케이터] 사람들이 제일 싫어하는 해충을 딱 하나만 꼽으라면 대부분 모기를 언급한다. 평소에는 잠잠하지만, 비가 많이 내리는 여름이 찾아오면 방안 곳곳을 날아다니며 우리에게 피해를 준다. 모기가 물고 간 자리는 붉은 염증이 올라와서 가려움을 유발하는데, 가려움의 강도가 상당해서 견디기 힘들다보니 계속 긁다가 피가 나거나, 더 심한 염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모기는 인공 환경에 완벽하게 적응한 종이다. 모기 유충은 자연 상태에서 비가 내려 고인 물이나 하천에서 발견되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이런 곳보다 배수로에 남은 얕은 물, 하수구, 창문 틈새의 고인 물, 유리병의 고인 물에서 더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아무래도 모기 유충에게는 자기를 잡아먹는 천적들이 득실거리는 하천 같은 장소보다는 이런 곳이 살아남기가 훨씬 유리할 것이다.

박종현 과학커뮤니케이터.


달리 말하면, 사람들이 본의 아니게 모기들에게 아늑한 안식처를 제공해주고 있다는 의미다. 심지어 사람들이 거주하는 도시지역은 사마귀, 거미, 박쥐, 개구리 같은 모기 성충의 천적들이 거의 없는 환경이므로 모기에게는 이만큼 살기 좋은 곳이 없다. 생각만 해도 열 받는(...) 부분이다.

아마 모기 같은 해충들은 획기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 이상 계속 사람과 불편한 동거를 할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이 이런 해충들과의 불편한 동거를 끝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멸종시키는 것뿐이다. 살충제로는 어림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도 계속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유전자 가위 크리스퍼로 모기 멸종 가능

전 세계의 과학자들은 유전자 가위 크리스퍼(Crispr-cas9)로 모기 유전자를 조작해 모기를 멸종시키려는 시도를 아주 오래전부터 해왔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바로 크리스퍼로 수컷 모기의 유전자를 조작해서 불임 수컷 모기를 만드는 것이다.

불임 수컷 모기와 암컷 모기가 낳은 알은 부화하지 못하고 죽어버리기 때문에 모기의 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실제로 수컷 불임 모기를 방생하면 모기의 수가 감소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남은 모기들이 다시 번식하며, 수컷 불임 모기의 알이 다 죽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그리 큰 효과를 보기 어려울뿐더러, 꾸준히 수컷 불임 모기를 방생해야 그나마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방법은 어떨까. 수컷 모기를 불임으로 만들어 버림과 동시에, 모기를 불임으로 만드는 크리스퍼도 모기의 유전체에 함께 심어버리는 것이다. 다음 세대로 유전자가 전달될 때 유전자와 함께 크리스퍼까지 전달되도록 말이다. 그러면 수컷 모기는 불임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 번식이 어려울 뿐 아니라, 알 상태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은 후손도 유전체에 들어 있는 크리스퍼에 의해 유전자가 조작돼 불임이 될 것이다. 불임인 개체가 세대를 거쳐 계속 퍼져서 씨가 말라 버린다는 의미다.

이처럼 생물의 유전체에 크리스퍼를 심어서 후손에게까지 유전자 조작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기술을 유전자 드라이브(Gene Drive) 기술이라고 한다. 모기뿐 아니라 바퀴벌레, 나방파리와 같은 해충들, 생태계를 위협하는 외래종에도 모두 사용할 수 있어서 유해생물 문제를 해결해줄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어쩌면 유전자 드라이브 기술은 인류와 해충 간의 전쟁을 결국 종결로 이끌 혁신기술이 될지도 모른다.

모기, 과연 인간의 손에 멸종할까.

나중에 우리 인류가 유전자 드라이브 기술을 완벽하게 다룰 수 있게 되었다 하더라도, 해충을 쉽게 멸종시키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해충도 생태계에서 먹이사슬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에 멸종 후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해충이라는 개념 자체가 인간 중심적으로 정해진 것이기에 벌어지는 모순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에게 필요가 없는 종이라고 해서, 자연 생태계에서도 필요 없는 종은 아니다.

당장 모기만 해도, 멸종 시 자연 생태계에 문제가 없을지에 대한 의견이 과학자마다 극명히 갈린다. 어떤 과학자들은 모기가 멸종한다면 모기를 먹이원으로 하는 새들과 물고기, 개구리가 굶어 죽을 수 있다고 경고하지만, 다른 과학자들은 모기의 역할이 다른 곤충으로 대체될 것이므로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 주장한다.

또 다른 과학자는 모기의 역할이 다른 곤충으로 대체되는 것 자체가 생태계에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한다. 일각에서는 유전자 드라이브 기술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생태계에 재앙을 부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해충들이 등장해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인류가 해충의 전쟁을 어떤 방법으로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지 두고 볼 일이다. 어쩌면 인류에게 해를 끼친다는 이유만으로 멸종시키는 것은 인류를 위한 해법이 아닐 수 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시선집중 ♡.♡
  • 몸짱 싼타와 함께 ♡~
  • 노천탕 즐기는 '이 녀석'
  • 대왕고래 시추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