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식로드] 놀부 뺨때리는 `제비 고기`<39>

흥부전에서 권선징악 상진된 이유는 익조인 때문
인간 공생해 `해충 박멸`과 `천적 회피` 상부상조
처마가 실종하며 서식지 파괴돼 개체수 급감
  • 등록 2021-07-10 오전 9:30:00

    수정 2021-07-10 오전 9:30:00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판소리 흥부전은 권선징악을 그리는 대표 고전 소설이다. 심보가 고얀 놀부가 벌을 받고 심성이 고운 흥부가 복을 받는 이야기를 제비를 소재로 삼아서 풀어간다. 제비가 선악을 가르는 기준이 된 데에는 대표적인 익조(益鳥)로서 우리네와 공생해온 덕일 것이다.

참새목 제비과에 속하는 제비는 3월께 한반도를 찾아 9월쯤 떠나는 여름 철새다. 이 시기에 기승을 부리는 날곤충은 자연히 제비의 사냥감이 된다. 모기나 파리 등 인간을 괴롭히는 해충이 주로 잡혀먹힌다. 매끈한 유선형으로 진화한 몸체는 고속 비행에 탁월한 능력을 부여하기에, 해충이 날고 기어도 배겨날 재간이 없다. 물론 벌이나 거미와 같은 익충도 사냥하지만 해충 박멸 효과와 비할 바는 아니다.

제비가 낮게 날면 비가 온다는 옛말도 썩 과학적이다. 사냥감인 날곤충 낮게 날기 때문에 벌어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한다. 비가 오기 전에 습기가 오르면 몸이 무거워서 지면에서 가깝게 날 수밖에 없다. 이렇다 할 날씨예보가 없던 시절에 제비는 이런 식으로 우리네 일상에 보탬을 줬다.

영화 ‘바람의 전설’에서 제비 연기한 만수(김수로)가 풍식(이성재)에게 춤을 가르키고 있다.(사진=네이버 영화)
제비와 인간의 공생은 생태 습성에서도 읽을 수 있다. 제비는 민가 처마 밑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키워 떠난다. 자연스레 민가를 중심으로 먹이 활동을 하며 해충을 박멸하니 그 집에 사는 이에게는 고마운 존재일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두루 고려하면 제비와 함께 살며 겪게 되는 지저귐과 배설물은 참을 만한 정도인 것이다.

제비가 민가를 서식지로 삼는 이유는 인간의 도움을 받으려는 것이라고 한다. 뱀이나 쥐와 같은 천적으로부터 새끼를 보호하고자 인간의 존재를 빌리는 것이다. 제비가 귀소 본능이 발달한 회유성 조류라는 점도 이런 추측이 빈말이 아니라는 데에 힘을 보탠다. 그 집에서 비교적 잘 살고 갔던 기억이 이듬해 다시 돌아오게 하는 계제가 된다는 것이다.

아주 드물게 태어나는 돌연변이 `흰 제비`는 길조의 상징으로 여겨 집안에 행운도 가져다준다고도 믿는다. 민가에서 제비가 살다간 집을 허물지 않고 그대로 두는 이유는 제비가 다시 돌아오리라는 믿음이 두텁기 때문이다.

이제는 제비를 흔하게 보기는 어려운 지경이다. 여러 원인 가운데 농촌의 도시화가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처마의 실종`이 아픈 대목이다.

2010년 발표된 `우리나라 제비 생태계의 변화에 대한 동태성 분석` 보고서를 보면, `도시화와 산업화에 따른 아파트 건축과 처마가 없는 건물들의 등장을 시점으로 전통식 주택의 수는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해 제비 개체 수를 급격히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보고 있다. 십 년도 더 된 논문이지만 지금도 제비 개체 수가 눈에 띄게 늘어나지 않은 점에서 사정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9월이면 한국을 떠나는 제비는 동남아시아와 적도 인근에서 따뜻한 겨울을 난다. 이들 지역은 제비 고기 요리가 토속음식으로 소비되는 곳이라 제비와 공생하는 한국의 정서와 결이 다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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