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이번 설엔 친척들이 모이지 않는다고 해서 다행이에요. 이번에도 취업하지 못하면 가족들 얼굴보기도 막막할 것 같아요. 20대가 끝나기 전에 꼭 취업하고 싶었는데 결국 30대가 됐습니다. 코로나도 코로나지만 취업 준비에 전념하기 위해서도 올해 설은 고향에 가지 않을 생각입니다.”
| 지난해 10월 2일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시민들이 긴급 고용 안정 지원금 상담소로 들어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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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에서 자취하는 취업준비생 김모(30)씨의 말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청년 고용시장이 얼어붙으면서 20대에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취업에 실패한 청년들은 가족들의 얼굴을 마주보는 것도 부담스러워 거리두기를 이유로 고향에 가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하고 있는 실정이다. 청년 일자리에 대한 정부의 고민도 계속되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은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올해에도 청년들의 고용 상황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1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15~29세 청년 취업자수는 전년 대비 31만 4000명이 줄었다. 청년 고용률도 41.1%로 전년대비 2.9%가 줄었다. 이는 전체 연령대 중에서 가장 크게 줄어든 수치다. 고등학교 졸업자나 대학 졸업자가 취업하는 연령대인 20~29세로 좁혀보면 전년대비 4.2%로 감소폭이 더 크다.
일할 능력이 있어도 구직 활동을 하지 않아 비경제활동인구(비경활), 이른바 ‘쉬었음’ 인구로 분류된 청년도 전년대비 지난달 13만 1000명이 늘어났다. 가장 큰 원인은 코로나19로 기업의 신규채용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인크루트가 상장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대기업은 지난해 71.7%가 신규채용을 확정했다고 응답했지만 올해는 56.2%만 신규채용을 확정했다고 응답했고, 중견기업 역시 46.8%에서 43.4%로 채용을 확정했다는 비율이 줄었다
정부도 청년층 고용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특히 고용부는 최근 청년 고용 관련 회의와 간담회를 잇따라 열고 청년층의 고용 상황과 정책을 점검했다. 지난 4일엔 이재갑 고용부 장관 주재로 ‘코로나19 청년 고용위기 극복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대책 마련을 위한 의견을 모으기도 했다.
지난해엔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추진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업으로는 정보기술(IT) 활용 직무에 청년을 채용한 중소·중견 기업에 월 최대 180만원씩 6개월간 지원하는 ‘청년 디지털 일자리 사업’, 청년을 단기 채용한 중소·중견 기업에 월 최대 88만원씩 6개월간 지원하는 ‘청년 일경험 지원 사업’ 등이다. 중소·중견 기업이 청년을 정규직으로 채용할 경우 연 최대 900만원을 3년간 지원하는 ‘청년 추가고용장려금’ 등도 계속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 같은 연이은 대책에도 청년 고용 상황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기업의 신규채용 위축이 주요 원인인 만큼 2월 이후로 상황이 나아질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없이는 청년의 고용위기가 계속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정부가 1분기 안에 마련할 예정인 청년 고용 추가 대책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 장관도 지난 4일 간담회에서 “대한민국의 변화를 이끌어 나갈 주역인 청년들이 코로나19로 인해 누구보다도 고용충격을 크게 받은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며 “관계부처와 함께 1분기 내 청년 고용상황에 따른 추가 대책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