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교(사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8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에서 일하게 될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세실리아 라우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에 대해 “두 사람 모두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바이든 당선인의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정책 기조를 실현해낼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한국에는 적지 않은 통상 압력과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서 위원은 타이 USTR 대표에 대해 ‘중국계’이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선 더할 나위 없는 적임자라고 평했다. 타이 대표는 변호사 출신으로 한국의 예산결산위원회에 해당하는 미 하원 세입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일했으며 USTR 직원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미 상원 인준을 통과하면 USTR 최초의 유색인종 여성 수장이 된다. 서 위원은 “미국·멕시코·캐나다 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정인 USMC 협정 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공로가 있는 만큼, 민주당·공화당 모두에게서 지지를 받고 있어 상원 인준은 무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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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위원은 바이든 정부 출범 초기, 적어도 올해 말까지는 미국의 통상정책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봤다.
그는 “대중 전략은 물론,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회복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는데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며 “실제 변화는 10~11월 이후에 나타날 것이고 매우 치밀한 준비가 돼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중 사이 전략적인 모호성을 취하기보다는 호주 등 우리나라와 비슷한 중견국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해 갈등 파장을 완화해야 한다”며 “중국과 극한 대립을 피하려면 미국에 협조할 수 있는 정책과 그렇지 못한 정책을 잘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서 위원은 라우스 CEA 위원장이 한국 정부에겐 더욱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CEA가 대통령에게 경제정책을 조언하는 백악관 내 가장 중요한 경제 조직인데다 라우스 위원장이 노동경제학을 전공해 좌파 성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서 위원은 “바이든 당선인이 강조한 흑백 불평등 문제를 노동·교육 정책으로 풀어나가려 할 것”이라며 “만약 통상 정책에도 흑백 불평등 해소 원칙이 적용될 경우 우리에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예컨대 최근 미 정부가 강제 노동착취·인권유린 등을 이유로 우방국인 대만산 참치 반입을 금지했는데, 이 역시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게 서 위원의 판단이다. 그는 “한국 기업들은 준비가 충분히 돼 있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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