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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이 차기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호도 조사에서 우세를 점한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나이지리아 전 재무장관을 지지하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한국의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밀기로 했다. WTO 수장은 회원국의 합의 추대로 이뤄지는 만큼 미국의 반대는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로이터 등에 따르면 데니스 시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이날 오후 제네바에서 열린 WTO 대표단 회의에서 “오콘조-이웰라 후보의 임명 합의를 지지할 수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WTO는 이날 오전 제네바 주재 한국과 나이지리아 대사에게 이같은 결과를 통보했고, 오후 대표단 회의를 통해 전체 회원국에 알렸다. 선거를 관장하는 데이비드 워커 WTO 일반이사회 의장과 다시오 카스티요 분쟁해결기구 의장, 하랄드 아스펠륀드 무역정책검토기구 의장 등은 오콘조-이웰라 전 장관에게 차기 사무총장직을 제안했다고 회원국 대사에게 발표했다. WTO는 164개 회원국의 컨센서스를 도출한 후 차기 사무총장을 결정한다.
그런데 미국이 이날 오후 대표단 회의에서 제동을 걸었다. 블룸버그가 인용한 소식통에 따르면 시어 부대표는 “(미국은) 이런 사무총장 선출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은 아울러 유 본부장을 지지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키스 록웰 WTO 대변인은 대표단 회의 이후 “미국이 오콘조-이웰라 전 장관을 지지할 수 없다고 했다”며 “유 본부장을 계속 밀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오콘조-이웰라 전 장관이 지난해 미국 시민권을 획득했음에도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아프리카 출신의 수장이 앉으면 중국의 입김이 더 세질 수 있다는 점 역시 고려한 것으로 읽힌다.
블룸버그는 “차기 수장을 합의할 수 없다면 회원국들이 최후의 수단으로 표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WTO 역사상 전례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록웰 대변인은 추후 컨센서스 도출 과정을 두고 “정신없이 매우 많은 활동이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WTO는 일단 다음달 9일 열리는 특별 일반이사회에서 차기 사무총장을 추대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