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약 1개 개발하는 데에만 평균 10년 이상 세월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처럼 짧은 기간에 세계 바이오산업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사례는 극히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인천 송도에 단일 공장 기준으로 세계 최대 생산 시설이 될 제 4공장(생산량 25만6000리터)을 2022년까지 완공한다는 계획을 발표, 업계를 다시 한번 놀라게 했다. 총 투자금액은 1조7400억원에 달한다. 향후 ‘제2 삼성 바이오캠퍼스’ 부지 매입비용까지 감안하면 전체 투자비는 2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제4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에 들어가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총 62만 리터의 바이오의약품 생산규모를 보유하게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제 4공장은 현재 기준 단일 공장 기준으로 세계 최대 생산시설인 자사의 3공장(18만 리터) 기록을 스스로 경신하게 됐다는 점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삼성이 제4공장을 가동하게 되면 글로벌 전체 의약품위탁생산(CMO) 규모의 약 3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야말로 글로벌 CMO 산업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독주체제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는 셈이다.
이 회장은 이날 사장단회의에서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LED, 바이오 제약, 의료기기 등을 향후 10년 삼성의 5대 신수종 사업으로 선정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이 분야에만 10년간 23조3000억원을 투자해 집중 육성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비전 2020’을 선포했다. 이 선언이 있고 이듬해인 2011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태동하게 된다.
제약바이오 사업은 산업의 특성상 단기간 성과에 일희일비하기 보다는 뚝심있게 중장기적으로 사업을 키워나가는게 필수적인 성공조건으로 손꼽힌다. 이런 측면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오늘날 우뚝 서기까지는 대를 이은 오너의 제약바이오 사업에 대한 흔들림없는 전폭적인 지원이 큰 몫을 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 삼성은 바이오 사업에서 10년 가까이 수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이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선제적으로 대대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지난 9년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누적으로 투자한 금액만 2조1000억원에 달한다. 병상에 누워있는 이회장의 뒤를 이어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이 바통을 이어 받아 바이오 사업을 집중육성해 온게 오늘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 굴기’가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 됐다는 게 재계의 판단이다.
실제 이 부회장은 지난 2018년 “AIㆍ5Gㆍ바이오ㆍ반도체 중심의 전장부품을 삼성의 4대 미래 성장사업으로 앞으로 그룹 차원에서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을 대내외에 선언하기도 했다. 이런 이 부회장의 경영판단을 기반으로 삼성은 바이오시밀러와 CMO사업(의약품 위탁생산) 등에 집중 투자해 바이오 분야를 ‘제2의 반도체’ 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삼성이 바이오를 핵심 미래성장동력으로 키워가는 배경에는 삼성이 확보하고 있는 차별화된 경쟁력이 한복판에 있다. 세계 최고의 반도체 회사를 일궈낸 삼성의 성공DNA를 바이오시밀러나 바이오의약품 분야에 접목한다면 “최저 비용으로, 최고의 품질을 갖춘 바이오 의약품을 누구보다 잘 만들어낼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반도체와 자동차를 합한 것보다 더 큰 제약바이오 산업의 시장파이는 삼성이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바이오산업에 매진하게 만든 강력한 자극이 됐다는 평가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규모는 1400조원을 넘어선다. 현재 한국경제의 양대 산업축으로 손꼽히는 자동차(600조원)와 반도체(400조원) 시장을 모두 합한 것보다 400조원 이상 큰 규모다. 한 재계 관계자는 “포스트 반도체를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삼성으로서는 바이오산업은 무시하기에는 너무도 잠재력이 큰 시장”이라고 밝혔다.
지난 10년 가까운 삼성의 바이오사업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는 이제 본격적으로 결실을 맺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 상반기에만 지난해 매출의 2.5배 수준인 1조 8000억원이 넘는 의약품 위탁생산 및 위탁개발 금액을 수주하면서 업계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면서 급성장을 거듭하자 시장도 이 회사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18일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의 시가총액은 53조원을 넘어서면서 코스피 시장 3위 자리를 꿰차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보다 몸값이 무거운 회사는 맏형격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