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인종차별 항의 시위는 비무장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46)가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인해 숨진 사건에서 비롯됐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시위의 방아쇠를 당겼을 뿐, 그 이면엔 오래된 양극화 문제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사건이 일어난 미니애폴리스는 미국에서 가장 잘 사는 도시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흑인가구 중위소득은 3만 8200달러로 백인가구 8만 5000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죠. 안그래도 경제적으로 부유하지 못한 흑인가구들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닥치면서 더 큰 경제적 어려움에 처했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폭동이 일어난 것을 보니 흘러넘친다던 돈은 이들에겐 가지 않은 것으로 보이네요.
문제는 양적완화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심지어 훨씬 더 큰 규모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대차대조표 규모는 벌써 7조달러를 넘어섰는데, 이는 1년 전에 비해 3조달러 가량 늘어난 수치입니다. 2008년 위기 이전엔 1조 달러 수준에 불과했던 연준의 자산이, 2015년 4조 달러대가 되기까지 7년이 걸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굉장히 빠른 속도로 돈이 풀리고 있다는 거죠. 심지어 일각에선 연준의 자산이 올해 10조달러가 될 것이라고 관측하는 목소리들도 나옵니다.
자산가격은 벌써 들썩이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경제가 안 좋다는데, 심지어 폭동이 일어나서 가게들이 ‘록다운’에 들어간다는데도 주식시장은 연일 오릅니다. 돈이 있는 자들은 급기야 정부가 준 재난지원금을 끌어서까지 주식을 사고 있죠. 데이터 처리 회사인 인베스트넷 요들리에 따르면 연소득 3만 5000달러(4300만원)에서 7만 5000달러(9300만원)를 버는 미국인들은 코로나19 관련 정부지원금을 받은 뒤 한 주간 주식 거래가 그 전주 대비 90% 이상 늘었다고 하네요.
마틴 루터 킹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폭동은 무시당하는 존재들의 언어(A riot is the language of the unheard)”라고요. 증권시장을 지켜보는 기자인데도 최근의 상승장이 못내 불편한 건, 우리 사회가 애써 누군가를 지워버리려 하는 듯해서 그렇습니다. ‘주가는 모든 것을 말해주는 함수’라는 말이 여의도에서 통용되지만, 요즘엔 꼭 그렇지도 않아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