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항공사 8개社 순손실 1.5兆…부채비율 급등 '난기류'

1분기 별도기준 매출 4조2258억..전년比 27%↓
급여반납·휴직에도 여객수요 급감에 실적 곤두박질
아시아나 부채비율 1만6872%..이스타 완전자본잠식
코로나19 장기화..자구책+유동성 위기에 지원요구
  • 등록 2020-05-18 오전 6:00:00

    수정 2020-05-18 오전 6:00:00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항공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지난 1분기(1~3월) 일제히 적자로 돌아섰다. 코로나19 초기에 1~2월 중국, 동남아 등 단거리 노선 수요 부진에서 3월 이후부터 유럽연합(EU)과 미국으로 확산하며 본격적으로 하늘길이 막힌 것을 고려하면 2분기(4~6월) 실적은 더욱 암울하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이 큰 항공업에 우선적으로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지원하기로 방침을 정했지만, 항공사마다 부채비율이 급등한 상황에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코로나19가 장기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경영난을 겪고 있는 항공사 매각은 갈수록 어려워질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항공기들이 멈춰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8개 국적항공사 매출 27%↓…영업익 ‘적자전환’

17일 대한항공(003490) 등 8개 국적항공사의 1분기 실적(이하 별도기준)을 분석한 결과, 매출은 총 4조225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조8229억원)과 비교해 27% 줄었다.

항공사 모두 매출이 두자릿수 이상 줄어든 것은 코로나19 여파로 항공기 날개가 꺾여서다. 실제 국토교통부 항공통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국제선 운항은 12만6695편으로 전년 대비 29% 줄었고, 여객은 1786만2693명으로 전년 대비 42% 감소했다.

특히 저비용항공사(LCC)의 매출은 반 토막이 났다. 진에어(272450)(-50%), 에어서울(-47%), 에어부산(298690)(-46%), 이스타항공(-45%), 제주항공(089590)(-42%), 티웨이항공(091810)(-38%) 순이었다. LCC업계 관계자는 “운항 편과 승객 수 감소에 따라 전체 매출의 85% 이상인 여객사업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며 “나머지 부가매출에서도 취소수수료는 늘었지만, 초과수하물과 기내 면세 등 다른 부가매출은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대한항공 1분기 경영 현황
영업이익은 일제히 적자전환했다. 국적항공사 모두 적자경영을 한 것은 2008년 LCC 출범 이후 처음이다. 심지어 작년 3·4분기 일본 수출규제 등 여파에도 유일하게 흑자를 냈던 대한항공도 코로나19 충격을 피할 수 없었다. 다만, 애초 2000억원대 영업손실이 예상됐지만, 여객기를 화물기로 바꿔 가동하고 순환휴직 등 노력으로 영업손실 566억원에 그쳤다. 아시아나항공(020560)은 임원 임금반납, 직원 무급휴직 등에 나섰는데도 208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8개 국적항공사의 당기순손실은 1조5491억원으로 전년(17억원)대비 급증했다. 대한항공(-6920억원)과 아시아나(-5490억원)는 적자 폭이 늘었고, 지난해 같은 기간 순익을 낸 제주항공(-995억원) 등 LCC는 일제히 순손실로 돌아섰다. 환율 상승의 여파와 함께 국제선에 정상적으로 항공기를 띄울 수 없는 상황에서 회사마다 항공기 리스비, 유지비, 인건비 등 고정비 지출이 있어서다.

항공사들은 2분기에 적자 폭을 만회하기 위해 운항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6월부터 본격적으로 중국·미주·유럽 노선 등의 운항 재개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LCC는 국내선의 운항을 확충하며 수익성 방어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재확산 기미에 2분기 경영실적은 더 암울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적 항공사 중 상장사의 2분기 영업손실은 대한항공 2044억원, 제주항공 843억원 등 1분기보다 적자폭이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국적항공사 1분기 별도 기준 부채비율
아시아나·이스타 자본잠식…M&A ‘난기류’

코로나19 사태로 영업현황이 악화해 항공사별 부채비율은 급등했다. 최악의 경우 파산에 이르는 항공사도 나올 수 있어 우려가 크다.

대한항공의 1분기 부채비율은 1124%로 전년 동기(814%)와 비교하면 310%포인트 상승했다. 부채로 기록하는 마일리지(이연수익)도 2조4430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2838억원) 대비 7% 늘었다. 마땅한 운항편도 없고 여행심리 위축으로 여행객들의 마일리지 사용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특히 매각을 앞둔 항공사는 자본잠식이 진행되고 있다. 아시아나의 부채비율은 1만6872%로 전년 동기(1387%) 대비 급증했으며, 자본잠식률은 94%에 달한다. 자회사인 에어부산 부채비율은 2064%로 전년 동기(297%) 대비 급증했고, 자본잠식률은 11%다. 이스타항공은 자본총계가 -1042억원으로 전년 동기(-632억원)보다 손실규모가 늘었고 완전자본잠식에 이르렀으며, 부채비율은 210%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악화에 아시아나와 이스타의 인수를 진행 중인 HDC현대산업개발과 제주항공의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앞서 양사는 각각 러시아와 태국·베트남 해외 기업결합 심사를 이유로 인수 일정을 미뤘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항공사 턴어라운드 시점도 불분명하다”며 “자본잠식에 빠진 곳을 인수할 경우 배임 이슈에 발목이 잡힐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미뤄지는 아시아나항공·이스타항공 매각
항공업계는 연쇄적인 자본잠식이 일어날 것을 우려해 자구책 마련과 함께 정부의 유동성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에 국책은행으로부터 각각 1조2000억원, 1조7000억원을 지원받았다. 대한항공은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함과 동시에 유휴자산 매각에 나섰으며, 아시아나도 자본확충을 위해 내달 15일 임시주주총회를 유상증자를 추진할 예정이다.

LCC 5곳은 산업은행의 금융 지원 프로그램으로 총 1260억원을 지원받았으나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피해가 막심해 추가 자금 투입을 요구하고 있다. LCC업계 관계자는 “항공업계가 순환휴업, 인력 휴직 등을 통해 비상경영체제로 자구노력을 하고 있다”며 “LCC에 지원된 자금은 6월까지 필요한 수요에 바탕을 둔 것으로 코로나19 장기화 상황 속에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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