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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샘은 40대 후반인데도 나이트클럽 한 번도 안 갔을 정도로 순진하죠. 저는 샘보다는 일찍 가봤으니가요.”(김정민) “정말요? 저는 선배님이 샘과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이수빈)
뮤지컬 ‘맘마미아!’(7월 16일~9월 14일 LG아트센터) 개막을 앞두고 최근 서울 종로구 연지동 연습실에서 만난 김정민(51)과 이수빈(23)은 영락없는 ‘부녀’였다. 김정민의 갑작스런 나이트클럽 ‘고백’에 화들짝 놀란 이수빈의 모습이 마치 아빠의 비밀을 알고 놀란 딸처럼 보였다. 이수빈은 “작품에 등장하는 아빠들 모두 다 색깔이 다르지만 정민 선배님이 연기하는 샘은 진솔함이 느껴졌는데 놀랍다”며 웃었다.
‘맘마미아!’는 스웨덴 팝 그룹 아바의 명곡으로 꾸민 주크박스 뮤지컬. 그리스 지중해의 외딴 섬을 무대로 도나와 소피 모녀, 그리고 소피의 아빠 후보인 샘·빌리·해리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3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는 이번 공연에서 김정민은 남경주와 샘 역을, 이수빈은 루나와 도나 역을 함께 맡았다. 김정민은 “수빈이는 아담하고 여린 모습이 딱 소피를 닮았다”며 “몸을 내던지듯 연기할 때는 후배지만 본받아야겠다는 생각도 한다다”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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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마미아!’ 첫 출연 “아바 노래에 흠뻑”
록에 뿌리를 두고 있는 만큼 아바의 음악과 가깝지는 않았다. ‘맘마미아!’에 관심을 가진 것도 아바의 음악보다 2008년 뮤지컬을 원작으로 개봉한 영화의 영향이 컸다. 김정민은 “예전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에 출연했을 때 아바 노래가 메인 음악으로 쓰여 흥얼거리기도 했다”며 “아바의 음악을 이번에 제대로 듣고 불러보니 ‘음악은 편식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이수빈은 아바의 팬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또래들과 달리 아바 노래를 즐겨 들었다. 2004년 ‘맘마미아!’와의 국내 초연을 보며 뮤지컬배우로서의 꿈을 키우기도 했다. 이수빈은 “어머니와 함께 처음 본 ‘맘마미아!’는 마냥 즐거운 콘서트 같았다”며 “지금도 어머니께서 그 당시에 내가 얼마나 ‘맘마미아!’를 재미있게 봤는지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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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한 ‘팀워크’…‘부녀’ 호흡도 만족
두 사람이 꼽는 올해 ‘맘마미아!’의 가장 큰 힘은 ‘팀워크’다. 특히 도나 역의 배우 최정원·신영숙과의 호흡에 엄지를 치켜 올렸다. 이수빈은 “최정원 선배님은 그냥 딱 봐도 엄마 같고, 신영숙 선배님은 친구 같은 엄마처럼 편하게 대해준다”며 “두 선배님과 함께 연습하는 과정이 정말 따뜻하다”고 말했다. 김정민은 “두 명의 도나가 가끔 어깨를 토닥여주며 응원해준다”며 “새로 합류한 배우들을 잘 챙겨주면서 공연 완성까지 서로 도와주는 느낌이다”라고 덧붙였다.
‘부녀’로 만난 두 배우의 호흡도 만족스럽다. 이수빈은 “소피가 샘과 싸우는 장면이 있는데 정민 선배님이 조심스럽게 대해주는 모습이 샘의 진솔함과 잘 맞닿아 있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김정민은 “수빈이는 소피와 일직선으로 맞닿아 있는 것 같다”며 “다들 잘 해서 20대 중반부터 갖고 있는 ‘나만 잘 하면 된다’는 신조처럼 나부터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남녀 모두가 유쾌한 웃음과 뭉클한 감동을 가져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정민은 작품에서는 딸을 둔 아빠지만 실제로는 초등학교 6학년과 5학년, 그리고 내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세 아들을 키우는 아빠다. 정작 아이들은 오랜만에 뮤지컬에 출연하는 아빠에게 큰 관심이 없다며 웃었다. 김정민은 “요즘 세 아들의 관심은 축구와 ‘고등래퍼’다”라며 “그래도 아내가 열심히 응원해주고 있어 힘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아역 배우 출신인 이수빈은 지난해 뮤지컬 ‘웃는 남자’의 데아 역에 이어 또 한 번 대형 작품의 주역을 맡아 공연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이수빈은 “‘웃는 남자’에 이어 ‘맘마미아!’까지 내게는 잘 넘을 수 있을까 싶은 산이자 언덕이자 감사한 기회였다”며 “앞으로는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캐릭터 그대로 ‘말’을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