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이자부문 강화’…은행권, 치열한 신탁 판매 경쟁

시중은행 신탁 수탁고, 6개월새 31조(15%) 급증
신한은행, 수탁고 1위…국민은행 수탁수익 '최고'
국민·우리, ELT 중심으로 증가 폭 가장 커
"고령화로 자산관리 수요↑…신탁시장 더욱 커질 것"
  • 등록 2018-10-19 오전 6:00:00

    수정 2018-10-19 오전 6:00:00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고령화 등으로 자산관리 수요가 커지면서 ‘신탁(信託)’시장이 은행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대출규제 등으로 비이자부문 수익 확대가 절실해진 만큼 신탁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은행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대출과 예·적금 등 전통적인 상품들은 차별화가 쉽지 않았지만 신탁 시장에서는 아이디어 경쟁을 통해 다양한 상품이 라인업되고 있다.

시중은행, 신탁 수탁고 234.4조…신한은행 62.9조로 ‘최대’

18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KB국민, 신한, KEB하나, 우리 등 4개 시중은행의 신탁 수탁고는 234조4106억원으로 작년말 203조848억원 대비 31조3258억원(15.4%) 증가했다.

신탁은 ‘믿고 맡긴다’는 뜻으로 고객이 은행에 돈이나 부동산을 맡기면 은행이 이를 운용, 관리해주면서 수익을 돌려주고, 대신 서비스 대가로 연 0.1~1%의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다. 대출 이자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은행 입장에선 비이자 수익을 높일 수 있는 신탁 분야가 최적의 대안인 셈이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이 62조9108억원으로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수탁고를 기록했다. 비이자수익 강화를 위해 최근 몇 년간 신탁 사업에 주력한 결과로 해석된다. 신한은행은 이미 3년 전 신탁사업의 총책임자를 본부장급에서 부행장으로 높인 데 이어 지난해 신탁연금그룹을 신탁본부, 투자자산수탁부, 퇴직연금사업부로 나누는 등 관련 조직을 정비했다. 올 들어서는 관련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동고동락신탁’ ‘유언기부신탁’ ‘후견제도지원신탁’ 등 상품 라인업도 계속해서 확대하는 상황이다.

하나은행은 59조6666억원의 수탁고를 기록하며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작년말 53조2479억원대비 6조4186억원(12%) 증가한 수준이다. 하나은행도 올해 신탁본부를 신탁사업단으로 격상하고 관련 인력을 두 배 가까이 늘리는 등 조직 재정비를 마쳤다. 하나은행은 재산신탁 부문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금전채권·동산부동산 신탁에서만 3조1673억원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또한 올해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TRUE 코스피 양매도 5% OTM ETN’ 편입 신탁을 판매해 인기몰이하는 등 신상품 발굴에도 힘쓰고 있다.

국민·우리, 상품 다양화 등으로 대폭 성장…“신탁시장 지속 성장 전망”

국민은행은 58조6373억원으로 3위에 머물렀지만 성장세가 가장 가파르게 나타났다. 작년말 47조4050억원과 비교해 11조2323억원(23.69%)이나 급증한 것. 주가연계신탁(ELT)을 중심으로 금전신탁 수탁고가 대폭 늘어난 영향이다. 또한 조기상환선호형, 안전추구형, 수익추구형, 포트폴리오형, 해외주식투자 자문형신탁 등 다양한 소비자 니즈에 맞춘 상품을 잇따라 선보이면서 고객 자금을 끌어모았다. 올해도 ‘북녘가족愛신탁’, ‘한울타리 신탁’ ‘다모아신탁’ 등은 물론 은행권 최초로 ‘역외 ETF신탁’을 출시하는 등 상품 라인업을 계속해서 확대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특히 1996억원의 신탁 수익을 달성하면서 시중 은행 중 가장 높은 성과를 기록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각각 1161억원, 1091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을 고려할 때 상당한 성과다.

우리은행도 신탁 수탁고가 반년 새 9조3000억원(21.2%) 넘게 증가하며 53조1960억원을 기록, 처음으로 50조원을 돌파했다. ELT판매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수탁고 증가 폭도 컸다. 우리은행은 신탁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작년 초 신탁연금사업단을 신탁연금그룹으로 격상했다. 신탁시장 성장에 맞춰 자산관리 역량을 강화하고 전문가를 육성하려는 이유에서다. 우리은행 신탁 전략의 핵심 키워드는 안정성 중심의 상품운용과 사회적 역할 수행이다. 실제 지난달 ‘우리장애인산탁’을 출시한 데 이어 최근 법무법인 광장과 ‘우리후견지원신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한 은행사 관계자는 “은행들이 비이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찾고 있는 데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고객들의 자산관리 수요가 커지면서 신탁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일본, 미국 등 선진국처럼 사회안전망 역할을 할 다양한 신탁상품 라인업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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