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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4·27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미지가 변하고 있다. 이전까지 북한방송에서 비친 모습을 통해 부정적인 인물상으로 희화화되곤 했으나 최근 김 위원장 이미지 자체를 긍정적으로 소비하는 분위기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퍼졌다. 남북관계 해빙을 맞아 일명 ‘김정은 모에화’가 빠르게 진행 중인 셈이다. 모에화는 특정 대상을 소년이나 소녀, 귀여운 동물 등 호감도 높은 대상으로 묘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고 모든 이들에게서 호감을 이끌어내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선 모에화에 강한 반감을 드러내는 중이다.
△청년층 김정은 이미지 ‘긍정적’ 4.7%→48.3%
“김정은에 ‘입덕’해 ‘착즙’하고 싶다.” “피부톤이 ‘쿨톤’이네.” “옛날엔 돼지로 보였는데 이제는 ‘애기’ 같기도 하다.” 지난달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을 생방송으로 보던 이들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남긴 글이다. 마치 아이돌그룹을 선망하는 이들의 반응처럼 보이나 대상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다. “어렵게 냉면을 가져왔다” 등 문재인 대통령과 나눈 유머러스한 언행이 알려진 후 이 같은 반응은 더 늘었다.
실제로 김 위원장과 북한을 바라보는 청년층의 시선은 ‘긍정적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이창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국민대 1학년 학생 1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남북정상회담 이전에는 66.1%가 북한 이미지에 ‘부정적’이라고 답했으나 이후 57.3%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특히 김 위원장에 대한 이미지 변신은 놀라울 정도다. 정상회담 전에는 ‘긍적적’이란 대답이 단 4.7%에 불과했으나 정상회담 후에는 48.3%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연상하는 표현도 독재자·핵·잔혹감·고도비만·폭력 등에서 솔직·호탕·젊음·유머러스·귀여움·새로움 등으로 180도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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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근화에는 미디어 변화가 한몫했다”
반응은 갈린다.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정상국가로 거듭나려는 만큼 문제로 삼을 것이 없다는 쪽과 아직은 반국가단체인 만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로 나뉘는 거다. 때문에 ‘김정은 모에화’로 인한 창작물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격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야구를 소재로 웹툰을 그리는 한 작가는 김정은이 프로야구에서 시구하는 모습을 그림으로 그렸다가 일부 네티즌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일반 대중 모두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은 아니다. 박범진 북한인권시민연합 이사장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김정은 위원장을 친근하게 보는 이들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나 북한인권운동을 하는 입장에서는 부적절하다”며 “김 위원장은 집권 이후 북한주민의 인권을 짓밟고 수백명의 목숨을 빼앗은 북한의 독재자”라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에 응한 것은 국제적인 경제제재와 미국의 군사압박 등으로 궁지에 몰린 탓인 만큼 이후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실 ‘김정은 모에화’는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와도 닿아 있어 또 다른 주의가 필요하다. 국가보안법 제7조에는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하면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반대편에서는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로 보아야 한다며 맞서고 있어 ‘김정은 모에화’를 놓고 벌이는 논란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모에화’란? = 보통의 의인화와는 다르게 특정 대상을 소년·소녀의 모습으로 묘사하는 것으로 호감을 느낄 수 있도록 귀엽게 표현하는 형태를 일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