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 묶인 사회공헌 '큰 손'

정부와 교감 어려워지고 활동 자체도 위축
'묵시적 청탁' 굴레에 활동도 제약 커질 듯
  • 등록 2017-08-31 오전 5:30:01

    수정 2017-08-31 오전 5:30:01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일가에 수백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1심에서 징역 5년이 선고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원에서 구치소로 이동하기 위해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이재운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에 대한 재판이 길어지면서 삼성의 사회적 역할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총수 부재로 사회공헌 활동, 스포츠 외교 등을 지금처럼 전개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그간 기부, 출연 등에 있어 ‘큰 손’을 자처했던 삼성이지만, 이번 사태로 고민이 깊어졌다. 삼성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좋은 일에 쓰인다 해도 눈치가 보여서 (예산을) 집행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사회공헌· 스포츠외교 ‘불투명’

삼성은 그 동안 정부의 정책 기조에 발맞춰 지속적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해왔다. ‘창조경제’를 기치로 내건 박근혜 정부에서는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대구와 경북 등 두 곳에서 운영하며 지역경제 창업 활성화를 도왔고, 이와 별개로 창조경제지원센터를 통해 중견·중소기업의 스마트공장 전환을 돕기도 했다.

여기에 삼성문화재단, 삼성생명공익재단, 삼성복지재단, 호암재단 등 여러 재단을 통해 문화와 학술, 의료 지원 등을 지원하는 사업도 활발하게 진행해 왔다. 프로야구 등 인기 스포츠는 물론 비인기 종목에 대해서도 각종 지원을 하는 등 스포츠 발전에도 기여했다는 평을 받는다.

1997년부터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공식 후원(The Olympic Partner) 계약을 맺으며, 국제 스포츠 외교 무대의 중심에 등장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996년 애틀란타 하계올림픽 기간 중 처음 IOC 위원이 된 이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등의 성과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이 회장이 건강을 이유로 IOC 위원직을 내려놓은데 이어, 이 부회장이 직접적인 증거 없이 ‘묵시적 청탁’을 이유로 1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게 되자, 지금과 같은 삼성의 역할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사실상 손, 발이 묶였다는 것이 재계 안팎의 시선이다.

정부와 소통 막혀..효율성 떨어져

삼성은 지난 2007년 이른바 ‘삼성 특검’ 당시 미술품을 비자금 세탁 용도로 썼다는 의혹이 제기됐을 때 미술품 매입을 중단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적 있다.

당시 미술계는 문화분야 최대 투자기업인 삼성이 손을 털게 되면 타격이 크다며 강한 우려를 표했다. 이후 삼성이 리움미술관을 건립하는 등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가자, 미술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재계에서는 동계올림픽 영재센터나 승마협회에 대한 후원이 모두 뇌물공여라는 재판부 판단이 나온 상황에서 삼성의 사회적 역할 축소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 부회장의 실형 선고를 기점으로 삼성의 기부, 출연 등이 모두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 측 인사와의 교류가 줄어들게 된 상황에서 사회공헌활동의 효율성도 떨어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정부와 충분히 교감을 이루지 못한 기업들이 정책기조와 무관하게 각자 원하는 방식으로 예산을 개별 집행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 2월부터 10억원 이상의 사회공헌 기금 집행 시에는 외부 인사가 과반인 이사회 의결을 거치고, 이를 외부에 공시하고 있다.

지난 2006년 12월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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