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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락(45) 한화제약 사장은 회사 성장의 목적에 대해 “어느 것도 구성원의 삶의 질보다 우선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화제약은 의약품 도매를 주력으로 1976년 세워진 양지약품이 1982년 네덜란드의 오가논과 합작해 만들어졌다. 회사 이름도 한국과 화란(네덜란드)에서 따온 것으로 한국화약에서 따온 ‘한화그룹’과 전혀 상관이 없다. 주력은 40년 넘게 좋은 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외국계 제약사들의 오리지널 약과 cGMP 인증 공장의 위수탁 생산품, 제너릭(복제약) 등이다. 1991년 오가논의 지분을 모두 인수하면서 100% 한국회사가 됐다. 김 사장은 창업주인 부친 김남학 회장의 뒤를 이어 2005년 입사해 2009년 37세의 나이에 사장에 취임했다. 현재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회사 위치는 서울 성북구 석관동 옛 국악고등학교 자리이다. 너무 외진 곳이 아니냐는 질문에 김 사장은 “운동장이 주차장이니 서울에서 이만큼 넓은 주차장을 가진 곳은 흔치 않다”며 “남들이 뭐라고 생각하든지 우리가 편하면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연 매출도 600억원대에 불과하고 상장사도 아니어서 아는 사람만 아는 회사지만 아는 사람들은 모두 ‘꿈의 회사’로 인정한다. 이 회사의 연차는 업계를 넘어 국내 최대 수준이다. 매년 12월이면 총무팀이 다음해 연차달력을 만들어 공개한다. 올해 5월 2일과 4일, 6월 5일, 8월 14일 같은 공휴일 사이에 낀 샌드위치 데이는 무조건 쉰다. 설이나 추석 연휴 때에도 정부가 정한 휴무일보다 하루 더 쉰다. 직원들이 고향에 편하게 갔다 오라는 뜻이다. 언제 쉴지 1년 전에 미리 알 수 있으니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직원들은 항공권을 조금이라도 싸게 준비할 수 있다. 김태용 한화제약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장은 “연차가 있는 직원은 연차 소진으로, 연차가 모자란 직원은 회사 휴무로 쉬게 된다”며 “연차 소진율이 100%를 넘는 직원이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국내에 2000년대 중반에 도입된 주5일제 근무도 이 회사는 이미 1980년대에 실시했다. 연말에는 크리스마스 즈음부터 공장과 본사 모두 문을 닫는다. 매출에 지장이 없느냐는 질문에 김경락 사장은 “오래 일한다고 생산성이 높은 게 아니라 집중해서 하는 게 중요하다”며 “충분히 쉬어야 더 생산적이 되고 가족과 추억을 쌓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2012년의 보릿고개를 지나며 사람에 대한 신뢰는 더 커졌다. 다른 회사에서는 총무·안내·경리·비서직이나 공장 인력을 계약직으로 쓰는 경우가 많지만 이 회사는 직원 279명 전원이 정규직이다. 다만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없다 보니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 ‘인사적체가 심하다’ ‘성장이 더딜 수 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 사장은 “구조조정 보다 교육을 통해 적합한 일을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4~5년 동안 실적이 바닥이던 직원이 꾸준한 교육으로 어느 순간 폭발적으로 성장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 사례를 설명하면서 “짜릿했다”고 표현했다.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는 매년 3년치 중기 투자계획을 짠다. 장기적으로 어느 부문에 얼마의 인력이 필요한지 파악해 어떻게 교육을 할지 계획하기 위해서다.
과연 회사가 굴러는 갈까 싶지만 매출도 상승세다. 2012년 453억원까지 줄었던 매출액은 2015년 578억원으로 급상승하더니 지난해에는 651억원을 찍었다. 영업이익도 전년대비 9.36% 줄었던 2012년 20억원에서 2015년 44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전년대비 12.8%나 늘어난 50억원을 기록했다. 김 사장은 “복지를 기반으로 성장을 하는 선순환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경영진은 직원이 스스로 일할 수 있게 장을 마련하고 격려를 하는 게 가장 큰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당분간 상장 계획이 없다. 김 사장은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 같은 이슈가 있으면 고려할 수 있겠지만 우리 규모에서는 지금처럼 고생한 우리 식구들이 잘 사는 게 더 중요하다”며 “상장을 하면 결국 대주주에게 부가 집중될 게 뻔한데 직원들이 고생해 맺은 열매를 대주주가 독식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