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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한 펀드에 500만원을 투자했다는 대학원생 A(31)씨에게 ‘얼마를 벌었냐’고 물으니 돌아온 답변입니다. 펀드투자자가 수익엔 관심이 없다니요. 무슨 이야기일까요? 그가 가입했다는 펀드는 바로 ‘정의당 20펀드’입니다. 그는 “정의당이 20대 총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만든 펀드라 정당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투자했다”고 설명했죠.
5월 대선을 앞두고 선거펀드가 다시 화제입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지난 19일 오전 9시 ‘문재인펀드’를 발행해 61분 만에 ‘완판’을 기록했죠. 100억을 목표액으로 설정했지만 3배가 훨씬 넘는 329억8063만원을 모았습니다. 1만534명의 사람들이 몰려 약정했지만 이 가운데 4488명만이 마감 전 입금에 성공할 수 있을 정도로 투자자 간 경쟁도 치열했습니다. 지난달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대선 희망펀드’를 출시해 총 10억원의 모금액을 모았습니니다.
선거펀드 ‘인기’…문재인펀드 1시간 만에 ‘완판’
일반적으로 펀드는 어떻게 운용이 되느냐에 따라 이익이 정해지지만 선거펀드는 처음 투자했던 투자금에 이자를 더해 상환받는 형식입니다. 펀드라기보단 개인 간 금전 거래에 가까운 방식입니다. 문재인 펀드는 16개 은행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를 적용해 3.6%의 수익률을 제시했습니다. 3개월 정도 국민들에게 선거비용을 빌려 쓴 뒤 선거가 끝나고 이자를 더해 갚는 것이죠. 득표율 15%를 넘을시 100% 선거비용을 지급하는 국고보조금으로 투자금을 상환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자는 당에서 지원한다고 밝혔죠.
은행보다 나은 수익률? 세율도 높아…정치적 지지 의미
선거펀드는 지난 2010년 ‘유시민펀드’에서 시작됐습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경기도지사에 출마하며 유시민펀드를 출시해 41억원을 모았습니다. 이후 지난 18대 대선에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박근혜 약속펀드’로 250억원을, 문 후보가 ‘담쟁이펀드’로 300억원을 모았습니다. 선거철마다 선거펀드가 흥행에 성공하며 많게는 수백억원을 모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문재인펀드와 박근혜약속펀드, 담쟁이펀드는 모두 3%대의 수익률을 제시했습니다. 1%대의 시중은행의 3개월짜리 정기예금 금리의 이자율보단 높은 편이죠. 하지만 세금을 고려해야 합니다. 선거펀드의 경우 금융기관 이자소득세율(15.4%)보다 훨씬 높은 세율(27.5%)을 적용받습니다. 또한 선거펀드는 예금과 달리 원금 보호 의무도 없습니다. 이에 선거펀드 투자는 수익성이나 안전성보단 정치적 지지의 영향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정당이나 정치인도 지지자 결집과 홍보 효과를 누리기 위해 선거펀드를 활용하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