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청은 현재 산업부의 외청으로 청장은 차관급이다. 다루는 범위는 ‘청’급 기관 중엔 가장 넓다. 지난 정부 국정과제 140여개 중 중기청 소관과제는 5개로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 농수산식품부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소관 법률은 15개, 관련 예산은 8조원으로 50개 중앙행정기관 중 15위권이다. 환경부,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보다 많다. 외청장 중 유일하게 위기관리대책회의, 국가정책조정회의, 차관회의 등 다수의 정부 정책결정회의에 참석한다. 청 단위 조직으로 유일하게 청와대에 ‘중소기업비서관실’도 존재한다.
하지만 청급 기관이라는 태생적 한계로 각종 첨예한 이슈에서 그간 거대 부처에 밀려왔다. 법안 제출권도 없다. 국무회의 참여도 옵서버(관찰자) 역할이기 때문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중소기업·소상공인 보호 육성 정책을 원활히 펼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각종 산업과 기술이 융합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기에도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산업부와 대립각·부처 간 비협조·4차 산업혁명 대응 부실
대표적 사례는 상위 기관인 산업부와의 대립각이다. 2010년 무렵 대형마트의 골목상권 침입이 사회적 이슈가 됐다. 당시 중기청은 대형마트 영업시간과 출점을 제한해 소상공인의 숨통을 틔워주려 했지만 산업부 반대에 부딪혀 좌절됐다. 관련 법안은 결국 국회를 통해 통과됐다.
부처별로 정책·법안이 산재해 4차 산업혁명 대응도 제대로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온라인 중고차 거래 스타트업인 ‘헤이딜러’는 ‘온라인 중고차 판매 사업자도 오프라인 주차장 및 경매사업소를 의무적으로 설치 해야 한다’는 자동차관리법에 의해 폐업 위기에 직면했다. 기업정책이 혁신 관점이 아닌 기존 산업 중심에서 일어나는 것에 대한 대표적인 부작용 사례다.
장관급 부처인 중소기업부로 격상되면 위상 자체도 크게 달라진다. 우선 청 단위에서는 불가능했던 입법 발의권, 예산권, 부처 간 행정조정권이 주어져 중소기업 정책을 효과적으로 추진 할 수 있다. 규제 논의 시 장관급 부처와 이해가 상반될 경우 우선순위에서 배제되는 일도 사라진다.
산업·미래·고용부, 금융위 中企업무→중소기업부 일원화 필요
현재까지 나온 구상 중 가장 구체적인 안은 한국정책학회의 ‘중소·중견기업부’ 안이다. 안에 따르면 우선 산업부의 지역기업, 동반성장, 중소·중견기업 기술혁신 등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의 눈높이에 맞는 업무의 이동이 예상된다. 조태준 상명대 교수는 “산업부는 기능이관 후 거시적인 국가단위 산업과 통상 분야에 집중해 4차 산업혁명 하에 국가 및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설명했다.
미래부는 존폐위기에 빠진 창조경제혁신센터로 대변되는 창업·벤처 영역을 중기청과 더불어 분담해왔다. 중소·중견기업부에서는 미래부 업무 중 창업·벤처 관련 기능의 이관이 점쳐진다. 신열 목원대 교수는 “미래부는 국가 미래전략 업무, 국가과학기술 강화 등 큰 틀의 국가전략 업무를 주관하는 미래전략위원회로의 전환이 보다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고용부, 금융위 업무 일부도 중소·중견기업부로 이관이 예상된다. 오철호 숭실대 교수는 “중소기업 범주에 고용부가 담당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이 포함된다”며 “금융위의 기업금융 및 벤처투자 업무 중 중소·중견기업 대상 업무는 중소·중견기업부에 이관해 통합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