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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버스 운전기사 B씨는 최근 3개월간 잠잘 시간을 쪼개 구청을 오가느라 진이 빠졌다. B씨가 버스정류장을 무정차 통과 했다며 서울시 다산콜센터에 민원을 넣은 탓에 본인 책임이 아니란 사실을 증명해야 했기 때문이다.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복구해 다행히 누명은 벗었지만 심신은 지칠 대로 지쳤다.
‘시민의 발’인 버스운전기사들이 승객 운송과정에서 위험수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중한 업무 부담에 각종 민원과 승객의 폭행 위협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결국 승객 안전을 위협하는 난폭운전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개선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버스기사 스트레스 3명 중 1명 위험수위
사회건강연구소가 지난 2월 버스기사 10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버스기사들의 감정노동 수위는 항공승무원·판매서비스직 등 대표적인 감정노동 서비스직과 비슷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버스운전기사들은 대표적인 스트레스 요인으로 △취객의 폭행 및 폭언 △휴대전화 등을 보며 카드·요금 등을 미리 준비하지 않는 것 △후문 승차 뒤 무임승차 △승객 사정에 따른 무정차 신고 문제 △승객 부주의로 인한 안전사고 등을 꼽았다.
버스운전기사 C씨는 “운행 시간이나 도로 상황 등 운행 중 신경 쓸 게 한둘이 아닌데 정류장이 아닌 곳에 막무가내로 내려달라고 하는 등 무리한 요구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운전기사 D씨는 “승객이 스마트폰을 보다 버스를 놓치거나 버스전용차로에 세워진 차들 탓에 어쩔 수 없이 다른 노선을 이용해도 책임은 무조건 운전기사에게 돌아가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극심한 스트레스 난폭운전으로 이어져
난폭운전은 사고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4년 한 해동안 발생한 시내버스 교통사고율은 19.4%로 일반 승용차 교통사고율 4.6%에 비해 4배가 넘는다.
전문가들은 이를 근무실태나 감정노동과 연관지어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진주 사회건강연구소 소장은 “국제노동기구(ILO)에서는 하루 근무시간을 9시간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일부 지역의 경우 격일제로 하루 18시간을 운전하고 있다”며 “이는 마약 중독 상태에서 버스를 모는 것과 다름 없다”고 말했다. 정 소장은 “감시나 단속이 아닌 직무 스트레스가 발생하지 않는 여건을 조성하는 게 우선”이라며 “시민들은 승하차 전 미리 카드를 준비하고 무리한 요구를 자제하는 등 기본적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