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X파일] 우리끼리 전쟁을 왜 해?

현대·기아차 경쟁 피하는 속셈
  • 등록 2007-11-06 오전 8:43:28

    수정 2007-11-06 오전 8:43:28

[노컷뉴스 제공] 자동차회사가 수익을 극대화하려면, 차종은 줄이고 차종당 판매량은 늘려야 합니다. 1920년대 포드가 ‘T형’이라는 단일차종을 연간 150만대씩 찍어내던 때처럼 말이죠. 하지만 지금처럼 수많은 차종들이 시장에서 경쟁하는 상황에선 불가능한 일입니다.

유럽·미국·일본은 경쟁자가 워낙 많기 때문에 소비자가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지만, 국내시장에선 사실 어렵습니다. 내수 70%를 점유하고 있는 현대·기아차가 ‘같은 시장’을 놓고 서로 격렬하게 싸우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대차는 최근 인도에서 전량 생산하는 경차 ‘i10’의 국내 도입계획을 일단 부인했습니다. 검토한 것은 사실이지만, 기아차가 이미 동급의 ‘모닝’을 내놓고 있기 때문에 ‘제 살 깎아먹기(carnivalization)’를 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기아차는 슬로바키아에서 전량 생산 중인 준중형 해치백 ‘씨드’를 5000대 정도 국내에 한정 판매하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최근 취소했습니다. 한국시장에선 현대차가 동급의 ‘i30’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형님’과 경쟁하는 게 부담스럽다는 겁니다.

또 현대차는 소형 해치백인 ‘클릭’의 후속 모델을 내년 10월부터 인도 공장에서 전량 생산합니다. 한국에서는 생산하지 않습니다. 개선된 디자인·성능으로 유럽뿐 아니라 일본까지 진출한다는 계획이지만, 정작 한국에는 내놓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내는 아랫급인 기아차 모닝으로도 충분하다는 겁니다.

물론 현대·기아차가 좀 더 큰 그림을 갖고 글로벌 시장전략을 짠다는 것을 이해합니다. ‘역수입’에 대한 국내노조 반발도 두렵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기아차가 국내시장에서 좀 더 치열하게 경쟁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소비자한테만 좋은 게 아니라, 결국 현대·기아 두 브랜드가 함께 성공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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