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중견 제약업체 김모(35) 과장은 지난해 여름 시세 흐름을 빨리 읽어 내 집 마련에 성공했다. ‘시장 주도 상품’ 아파트값이 상승 조짐을 보이자 서둘러 중개업소에 나와 있던 급매물을 잡은 것이다. 김씨가 평소 눈여겨봐 둔 곳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 25평형 일반 아파트. 하지만 아파트값이 더 내릴지, 오를지 가늠하기 어려워 동향만 살피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강남권 저층 재건축 단지들이 반등했다는 소식을 듣고 매입을 결심했다. 당시 서초동 아파트는 이렇다 할 오름세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집 주인과 협상 끝에 시세보다 3000만원 싼 4억1000원에 아파트를 매입했다.
내 집 마련 수요자들은 ‘시장 주도 상품’ 아파트 움직임을 항상 예의주시하는 게 좋다. 주택시장에서 상승과 하락의 신호를 보내는 경우가 많아서다. 시장 흐름을 이끄는 시장 주도 상품 아파트는 강남권, 이 중에서도 재건축 아파트다. 강남구 개포주공 1단지·대치동 은마, 송파구 잠실 주공 5단지, 강동구 둔촌 주공·고덕 주공, 서초구 반포 주공 1단지 등이 시장 주도주에 속한다.
대체로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는 오를 때 가장 먼저 오르고, 내릴 때도 먼저 내린다. 가격 선행성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실수요보다는 투자 수요가 많아 롤러코스터처럼 등락 폭이 심하다. 정부의 투기 억제책이 발표되면 이들 아파트는 다음날 500만~1000만원 싼 매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상승세로 반전될 때도 이들 단지가 먼저 오름세를 탄다. 그 이후 일정한 시차를 두고 강남권 일반 아파트, 강북권이나 수도권 아파트로 확산된다. 요즘 들어 인터넷 발달로 정보 유통 속도가 빨라지면서 시차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지역의 랜드마크 아파트도 주도 상품 역할을 한다. 수도권 신도시 시범 단지가 대표적인 예다. 랜드마크 아파트는 하락기에는 재건축과는 달리 쉽게 떨어지지 않지만 상승기에는 먼저 오르는 특성을 보인다. 때문에 바닥권 장세 때 이런 아파트 동향을 수시로 체크해야 한다.
다만 ‘시장 주도 상품=투자 수익률’이라는 등식이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각종 규제로 메리트가 많이 줄어든 재건축 아파트일수록 더욱 그렇다. 구입 여부를 타진할 때 단순 ‘참고 지표’ 정도로 활용하는 게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