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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랑딸랑―. 경쾌한 마찰음이 울렸다. “브라보!” 객석에선 박수가 터져나왔다. 18일 서울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 쥬피터홀. 수십 종류의 술과 잔이 놓인 단상 앞에서 이색 강연이 진행되고 있었다. 주제는 ‘세계의 술문화와 한국의 폭탄주’. 강사로 나선 심재혁 인터컨티넨탈호텔 사장이 ‘폭탄주 예찬론’을 펼치고 있다.
“저는 폭탄주 마실 때 딱 두 가지 원칙을 지킵니다. 첫째, 절대 고급 위스키를 쓰지 말 것. 가문의 명예를 걸고 만들어온 고급 술을 맥주에 퐁당 빠뜨려 먹는다는 건 모독 아닙니까? 둘째, 싫은 사람에게 억지로 권하지 말 것. 그 두 가지만 지키면 폭탄주, 아주 즐겁습니다.”
심 사장의 달변으로 폭탄주의 유래, 종류, 알코올 도수 등 ‘폭탄주에 대한 모든 것’이 하나씩 해부됐다. “맥주잔에 맥주를 따르고 위스키잔을 퐁당 떨어뜨리면 원자폭탄주. 거품 튀는 모양이 마치 히로시마에 원자폭탄 투하될 때의 버섯구름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고요….” 반대로 맥주잔에 위스키를 붓고 맥주를 작은 양주잔에 넣어 섞으면 수소폭탄주. 맥주잔에 위스키를 넣고 또 위스키를 부으면 중성자폭탄주란다. “이건 100% 위스키라 주선(酒仙)급만이 도전할 수 있습니다.”
“와우! 나도 가끔 폭탄주를 마시지만, 종류가 이렇게 많은 줄은 몰랐어요.” DHL코리아의 알란 캐슬스 대표이사는 “두 잔이나 석 잔까진 나도 거뜬히 먹는다”며 웃었다. 빅토르 웨이 벨기에 대사, 오시마 쇼타로 일본 대사 등 참석자의 절반을 차지한 외국인들은 하나같이 “신기하고 재밌다”는 반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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