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룡의 한방라운지)출산전후의 조리

  • 등록 2005-10-06 오후 12:20:20

    수정 2005-10-06 오후 12:20:20

[이데일리 이해룡 칼럼니스트] “자연분만으로 아기를 낳으려고 하는데 첫 아이라 너무 겁이 나요. 혹시 힘에 부쳐 출산 중에 문제가 생기면 어떡하죠.”

김모씨(32세, 가정주부)는 첫째 아이 출산을 앞두고 걱정이 태산이다.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하다가 금년 초에 결혼을 한 김씨는 늦은 나이에 첫 출산을 하는데 대한 두려움이 큰데다 노산으로 태아에게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닌 지, 아이를 제대로 낳을 수 있는 지 온갖 생각이 꼬리를 물고 있다. 더욱이 제왕절개를 하지 않고 가급적 자연분만으로 아이를 낳으려고 하는 김씨는 출산이 가까워 오면서 출산진통에 대한 두려움으로 겁이 덜컥 난다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산달이 임박하면 태아의 크기를 줄여주는 처방을 쓴다. 태아를 야무지고 작게 만들면 출산시 태아가 산도로 나오기 쉬워서 산모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생각에서다. 특히 요즘처럼 가전제품의 발달로 산모의 활동량이 적은 경우에는 산모가 살이 찌기 쉽고, 이 때문에 아기도 자궁 내에서 너무 커지는 통에 자연분만을 하기 힘들어지는 일이 있어서 태아를 건강하고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좋다.

진통이 시작되는 때에는 산모의 힘을 보태주는 처방을 쓴다. 산모를 인자한 부처님 손바닥처럼 부드럽게 어루만져서 순산을 도와주는 불수산(佛手散) 처방을 쓰면 아이를 수월하게 출산할 수 있다. 불수산은 산모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출산직전의 진통시간을 줄여서 출산에 따른 공포를 경감시키는 효과도 있다. 아울러 배속에서부터 태아의 건강을 증진시켜서 튼튼한 아이로 자라나게 하는데 도움을 준다.

출산 후에 산모에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궁 내에 고인 어혈을 밖으로 배출시키는 일이다. 물론 어혈은 오랜 시간이 지나면 줄어들기는 하지만 자연배출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적절한 처방을 통해 될 수 있는 대로 일찍 어혈을 제거해 주는 것이 좋다. 특히 자연분만이 아닌 제왕절개를 통한 출산은 어혈배출이 쉽지 않기 때문에 두고두고 말썽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산후에 어혈을 제대로 빼지 않고 무리를 하면 평생을 두고 여성을 괴롭힌다. 비만 오면 온몸이 쑤시고 저린 증상을 호소하던 한 할머니는 산후조리를 하지 못해 몸이 엉망이 됐다며 입버릇처럼 할아버지와 시어머니를 원망했다. 첫 아이 때는 물론 막내인 여섯째 아이를 출산할 때 까지도 산후조리는 커녕 혼자서 미역국을 끓여 먹었고, 들일 나간 가족 식사를 준비하느라 전혀 쉬지 못했다는 것이다. 산후조리만 잘 했더라면 이런 고생은 안 할텐데라는 아쉬움이 앞선다.

어혈이 정상적으로 빠져 나가지 않았을 경우에는 보약의 효능이 줄어든다. 동의보감에서는 ‘산후에 먼저 어혈을 제거한 뒤 산모의 몸을 보해야 하는데 어혈을 자궁에 그대로 둔 채 인삼이나 황기 등의 보약을 급작스레 먹이면 가끔 어혈이 심장으로 치솟아 올라 산모의 상태가 나빠질 수 있다.’ 며 반드시 어혈을 몰아낸 뒤 보약을 먹으라고 권하고 있다.

산후보약은 산모의 회복을 빠르게 하고 기력을 올릴 뿐 아니라 신생아의 기초체력을 다지는 의미가 있다. 모유를 먹일 것인지 분유를 먹일 것인지에 따라서도 보약을 달리해야 한다. 대표적인 보약인 인삼은 젖을 말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모유 수유를 하는 산모에게는 대체로 쓰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밖에 출산 후에는 찬물이나 찬바람등 한기(寒氣)에 노출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 아이를 낳느라 온몸의 뼈와 근육이 제자리를 잡지 못한 산모가 찬바람이나 찬물에 닿게 되면 몸이 비틀어져서 평생 고통을 겪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예지당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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